[유럽 재정위기로 본 나라 곳간] ‘그림자 재정’ 공기업 빚 가파른 증가세 심상찮다

입력 2010-05-17 18:18


① 고삐풀린 지방예산, 그림자 재정 공기업 부채

공기업 등 공공기관 부채는 공식적인 국가채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큰 범주의 공적부채에 속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부채가 크게 증가하면 잠재적으로 정부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이 같은 이유에서 공공기관 부채는 연·기금과 함께 ‘그림자 재정’이라고 불린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361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3.8%에 달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0.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달 29일 공시한 ‘2009년 공공기관 경영정보 주요내용’을 보면 지난해 공공기관 총 부채규모는 34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금융공공기관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공기업 부채는 212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조2000억원(20.6%) 늘어나 공공기관 부채 증가를 선도했다. 준정부기관과 금융공공기관의 부채도 각각 98조5000억원과 37조원으로 전년 대비 10조4000억원(11.8%), 2조9000억원(8.5%) 증가했다.

이들 공공기관 부채를 국가채무에 포함시키면 700조원을 웃돌며 GDP의 60%를 넘게 된다. 통상 국가채무 규모가 GDP의 60%를 넘으면 재정 상황이 위험 수위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

공기업 부채는 규모도 심각하지만 가파른 증가 추세가 더욱 문제다. 공공기관 부채는 2006년 전년 대비 7조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현 정부 들어 2007년 23조1000억원, 2008년 48조4000억원, 2009년 49조5000억원으로 매년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공기업의 부채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사업성 공기업들이 정부 사업을 대신 수행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될 만한 일을 공기업이 맡아 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사업의 일부를 수자원공사가 추진하는 경우다. 지표상으로는 정부 재정에 압박을 주지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 국민세금이 충당되는 것이니 사실상 재정 사업과 차이가 없다. 10대 공기업 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 등이 주의 대상 공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공기업들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국가재정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토지주택공사의 주택사업 부문은 민간기업 펀드에 맡기고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은 정부 예산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개최된 ‘2010년 국무위원 재정전력회의’ 참석자들도 최근 공공기관 부채 증가속도 등을 감안해 공공기관 자구노력을 배가하고 사업 타당성 검토를 강화하는 등 부채의 적정관리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경제전망 및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최근 급속하게 증가한 공기업 부채에 대한 효율적 관리와 공기업의 역할 재정립을 통해 공기업의 안정성 및 정부의 잠재적 채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기업 부채는 매출과 자산의 성장세를 고려하더라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등 주요 공기업의 재무안정성 지표는 계속 저하되고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특히 대규모 국책사업에 참여하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부채수준 및 상환부담 등에 대한 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해 재무건전성 및 사업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