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버냉키 의장의 행복론

입력 2010-05-17 17:49

“좋은 직장과 고액연봉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졸업식에 참석, 대학문을 나서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해준 말이다. 그는 “고액연봉을 받아보면 처음에는 흥분되지만 곧 새로운 생활수준에 익숙해지고 비슷한 연봉을 받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흥분은 금방 시들고 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6개월이 지난 후 이전보다 행복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조사결과도 있다”면서 “행복해지려면 대신 가족,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취미생활을 즐겨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이 아니더라도 동서고금의 많은 성현들이 ‘돈=행복’이 아님을 누누이 지적해 왔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십상이고, 돈이 적은 사람들도 부자의 삶이 자신보다 행복할 것이라 짐작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는 철학적 수사는 제쳐놓더라도 행복이 돈보다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데 대해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다.

오히려 돈은 행복의 관건인 인간관계를 해치기도 한다. 가난한 형제는 우애가 좋은 반면 유산이 많은 집안은 형제 간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수조원의 재산가임에도 구두쇠로 소문난 모 재벌 총수는 사람들이 돈만을 노리고 자신에게 접근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누군가 분석했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돈 때문에 불행해진 사람이다. 아버지가 천문학적 금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안 순간부터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돈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매월 한 번 이상 복권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권 구입자들의 기대 당첨금은 평균 22억원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그들을 탓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법정스님 같은 분만 있으면 시장경제가 돌겠는가. 깨우침을 얻어 실천하는 사람이 성현이라면, 그렇지 못한 일반인들의 무지몽매함이야말로 오히려 사회를 지탱해가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성현의 말씀은 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하라는 교훈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