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슬럼프 딛고 3년 만에 LPGA 투어 우승… “이제 진짜 전성기가 온 것 같아요”
입력 2010-05-17 21:27
한국여자골프의 ‘선구자’이자 ‘아이콘’인 박세리(33).
박세리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벨 마이크로 클래식에서 연장 세 번째 홀 끝에 우승을 차지한 뒤 이렇게 말했다.
“2년여 동안 부진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아주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대회마다 최선을 다하며 이날이 오기를 참고 기다렸다. 이제야 진짜 전성기가 온 것 같다.” 올해로 프로 15년째를 맞는 박세리의 골프 인생은 롤러코스트 그 자체였다.
박세리는 지난 1998년 LPGA 투어 데뷔 첫해 US오픈, LPGA챔피언십 등 2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며 시즌 4승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듬해에도 4승을 수확한 박세리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투어 3년차였던 2000년 갑자기 첫 번째 슬럼프가 찾아왔다. 어린 나이에 슬럼프 탈출은 연습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습레인지에서 무조건 골프채를 휘둘렀다. 체력이나 컨디션이 최고조였던 당시 그의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탄력을 받은 박세리는 2001년부터 3년간 생애 최고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3년간 쓸어 담은 우승컵만 13개.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두 번째 추락은 날개가 없었다. 2004년 미켈롭울트라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헌액 포인트를 채운 뒤 급격한 경기력 저하에 시달렸다. 목표 상실에서 오는 공허함 때문이었다. 우승이 없었던 2005년에는 상금랭킹 102위, 시즌 최고 성적은 공동 27위, 평균타수는 74.21타까지 밀렸다. 80대 타수도 밥먹듯이 기록하며 ‘주말 골퍼 박세리’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골프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골프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애완견과 노는 것이 전부였다.
“애완견과 놀면서 눈물이 나왔다.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는 것이 너무 슬펐다.” 당시 박세리의 말이다.
그후 그는 인생을 즐기기 시작했다. 영화도 보고 동료들과도 어울리며 수다도 떨었다. 그런데 차츰 재기의 빛이 보였다. 꼴보기 싫었던 골프채도 그렇게 잡고 싶었다. 두 번째 슬럼프 탈출은 이렇게 시작됐다. 박세리는 2006년 메이저대회인 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그리그 이듬해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에서 24승째를 거두며 명예의 전당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때 세 번째 슬럼프가 박세리를 괴롭혔다. 신지애 김인경 최나연 등 20대 초반의 ‘세리 키즈’들에 밀려 설 곳조차 없었다. 그러나 박세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예전의 기량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15년 골프 인생 최고 스승인 ‘인내심’도 비로소 터득했다. 그리고 2010년 5월17일 2년10개월 만에 통산 25승을 거두며 ‘세리의 진정한 부활’을 알렸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