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류현진-김광현 ‘세기의 맞대결’ 성사될 듯
입력 2010-05-17 18:12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 구장. 최동원(롯데)과 선동열(해태)이 펼치는 세기의 선발 맞대결을 보기 위해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앞선 두 차례 맞대결에서는 1승 1패. 롯데가 2회말 2점을 선취하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3회초 해태가 1점을 따라붙었다. 이후 팽팽한 투수전으로 일관하면서 최동원의 승리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9회초 해태가 1점을 뽑으면서 연장전에 들어갔다. 투구수 100개를 훌쩍 넘겼지만 두 선수는 계속 마운드를 지켰다.
결국 이날 4시간 56분의 혈투는 ‘양팀 선발 15이닝 2실점 완투, 투구수 441개’라는 이색 기록을 남긴 채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이후 이들의 맞대결은 다시 볼 수 없었다. 28년 한국 프로야구사에 기록된 최고의 명승부였다.
이들의 맞대결에 버금가는 류현진(23·한화) 김광현(22·SK)의 선발 맞대결이 성사될 전망이다. 이번에는 좌완 에이스 대결이다. 이들은 특별한 소개가 필요 없는 한국 대표 투수. 이미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으로 실력을 검증받았다.
그동안 한번도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는 두 선수는 지금의 선발 로테이션이 지켜진다면 이번 주말 3연전 중 22일 대전에서 맞붙게 된다. 두 선수는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로테이션 일정이 들어맞은 이후 지난 5일, 11일에 이어 16일까지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선발 출격했다.
류현진은 이변이 없는 한 22일 대전 SK전 등판이 확실하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지난 달 29일 우천으로 취소된 대전 두산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5일 로테이션’을 지켰다. 그동안 몇 차례의 맞대결 기회를 피해갔던 양팀 감독들도 이번에는 “피할 이유가 없다”며 적극적인 자세다.
SK 김성근 감독은 지난 16일 두산전에 앞서 “김광현이 오늘 던지는 것을 봐서 괜찮으면 예정대로 22일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맞대결을 가로막는 변수는 날씨다. 18일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돼 있다. 우천으로 주중 두팀의 다른 경기가 동시에 순연된다면 맞대결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로테이션이 달라질 수 있다.
당대 최고의 좌투수는 누굴까. 23년만에 보는 세기의 맞대결을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주말 대전 구장에 가 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