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약국(57)
입력 2010-05-17 09:23
포곡조(布穀鳥)
우수니 경칩이니 하는 절후표(節侯表)는 농사짓는 일과 연관이 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문명사를 말할 때 조개(貝)는 화폐의 단위로 사용했다고 하지만, 사실 조개가 화폐로 쓰여지기 전에는 최초의 농기구였다. 상식적으로도 조개는 땅을 파고 곡식 종자를 심을 수가 있고, 그것으로 잡초도 제거할 수 있음을 능히 알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곡식을 심고 가꾸는 농사의 ‘農’자에 큰 조개를 형상한 신(辰)자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 신(辰)자는 바로 ‘때’를 뜻하는 글자로도 쓰이는데, 곡진하다는 곡(曲)자와 합해져서 농(農)자가 되었다. 즉 농사라는 것은 ‘때를 맞추어 곡진히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뜻의 글자인 것이다.
이렇게 농사란 글자의 형상이 지닌 뜻처럼 적당한 때를 맞추어 곡진히 해야 한다. 때문에 악조라 일컫는 포곡조(布穀鳥) 또한 농사가 시작될 무렵이 되면 농부들을 독촉하는 울음을 울어주는 것이다. 포곡조가 무슨 새냐고요? 포곡조란 바로 뻐꾸기를 말하는 것인데, 그 울음 소리가 ‘포곡 포곡’ 하고 들린다고 해서 그러는 것이다. 그 ‘포곡’이란 두 글자는 바로 곡식 종자를 이제 땅에 심으라는 뜻이다.
대개 이 포곡조는 곡식 종자를 심을 무렵인 곡우(穀雨) 때 울기 시작하여 하지(夏至)가 지나면 멈추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기에 때가 늦어진다 싶은 하지가 거의 다가올 무렵이면 ‘포포곡 포포곡’ 하고 심히 다급하게 울어준다. 그러다가 하지가 지나버리고 나면 그 울음소리를 완전히 그쳐버리고 이듬해 곡우가 되어야 다시 들을 수 있다.
제법 포곡조의 울음소리가 빨라졌다. 점점 녹음이 짙어간다는 뜻이고, 씨 뿌릴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징조다. 세상만사는 모두 그 ‘때’가 있는 법이다. “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니라”(롬 13:11)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