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레드셔츠-옐로셔츠 뿌리깊은 갈등… 중재자가 없다

입력 2010-05-17 00:25

두 달 넘게 계속되는 태국의 유혈시위 정국은 깊어진 계층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2006년 이후 더욱 골이 깊어진 까닭에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 간 대치는 쉽게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 평화적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태국 정국이 언제쯤 평온을 되찾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갈수록 느는 사상자=AFP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13일 이후 4일째 방콕 쇼핑중심가인 라차프라송 거리를 점거한 시위대와 정부군이 또 다른 유혈사태를 빚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16일 전했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보안당국이 시위대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봉쇄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시위대열에 동참하는 시민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이 강경일변도 입장이어서 상황 호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태국 정부는 그동안의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60여명에 달하고 16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드셔츠와 옐로셔츠의 반목=2006년 군부 쿠데타로 탁신 치나왓 전 총리가 실각한 후 레드셔츠와 옐로셔츠로 불리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태국 국민 간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UDD는 도시 빈민층과 북부 및 북동부의 농촌지역 주민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또 해외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의 추종 세력이기도 하다. 농가채무 탕감, 저소득층 무상 의료서비스 등의 정책을 펼쳤던 탁신 전 총리는 아직도 빈민층과 농촌지역 주민의 지지를 잃지 않고 있다. 그에게는 부패한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라는 비판과 태국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정치가라는 상반된 평가가 따라다닌다. 2008년 해외 도피했으나 정확한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왕실과 군부 등 지배 엘리트 계층을 옹호하는 세력인 옐로셔츠는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고 활동한다. 옐로셔츠는 2006년 9월 군부 쿠데타로 탁신 전 총리가 축출됐으나 탁신계 정당이 계속 집권하자 2008년 5월부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들도 현재의 UDD처럼 격렬한 시위로 같은 해 11월 말 친탁신계로 구성됐던 정부를 무너뜨리고 지금의 아피싯 정권을 출범시켰다.

◇조정 능력 부재 속에 협상도 불발=UDD는 16일 유엔이 중재할 경우 정부 측과 협상할 것이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태국 내부의 문제에 외국과 국제기구들이 개입하지 말라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국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상황이 갈수록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문제는 이를 적절히 조정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수십년간 태국에서 벌어졌던 군사적 정변 때마다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상황을 조정해 왔던 푸미폰 아둔야뎃(82) 국왕마저 침묵하고 있다. 국왕은 고열과 피로 등의 증세로 지난해 9월 방콕 시리라즈병원에 입원해 지금까지 치료 중이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