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 떨어지기 전 금리인상 등 선제 대응”… KDI, 출구전략 목소리 높인다
입력 2010-05-16 21:34
“겨울에 장마철 전망해줘야지 장마철에 소나기 전망하면 별 의미가 없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정부의 선제적인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꺼내든 비유다. 장마철은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로 자산가격이 왜곡되고,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경기 국면을 뜻한다. 봄(회복세)을 맞은 실물경제에 잘못된 정책 처방이 지속될 경우 장마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KDI, 성장전망 상향 조정한 배경=국책연구기관인 KDI의 경제전망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하다. 비관과 낙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KDI 경제전망은 정부의 정책목표는 물론 시장의 전망치를 넘어설 만큼 높게 설정됐다.
낙관으로 기울고 있는 셈이지만 근거는 있다. 소국개방경제인 우리나라 특성상 수출이 살아나고, 국내 투자와 소비심리가 회복되면 성장률은 개선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KDI는 올해 상품수출 규모(물량 기준)가 전년보다 12.4% 늘어나고, 수입도 15.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수출은 4.5% 포인트, 수입은 3.7% 포인트씩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수출 호조는 지난달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관세청이 집계한 4월 무역수지는 올 들어 최대인 40억6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이는 반도체, 승용차,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품목의 호조에 따른 것으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민간소비는 당초 예상과 비슷한 4.7% 증가세를 보이고, 설비투자는 기업 수익성 개선과 환율 안정으로 17.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6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정하는 기획재정부는 경기전망에 대해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러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금리인상론 급물살…실기(失期) 비판도=경기 호조세 전망을 바탕으로 KDI는 통화정책의 저금리 기조 정상화 등 출구전략 조기 추진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2%대인 기준금리에 대해 “과거 최저 수준이 3%대였다면 그쪽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며 “늦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지금 점진적 인상을 해도 빠르진 않은 시기”라고 말했다.
현재가 기준금리 인상의 적기라는 주장이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남유럽 재정위기도 불거졌지만 적기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손도 못 쓰고 일본식 장기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 금리를 올리면 재정위험성이 커질 수 있는 모순에 봉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도 “재정부의 압박 영향도 있지만 통화정책을 책임진 한국은행의 순응주의로 인해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리인상론의 또 다른 근거는 중장기 물가인상 움직임이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투자처를 잃은 뭉칫돈의 활동이 본격화돼 물가와 자산가격 불안을 키울 수 있어서다. KDI도 “최근 본원통화 증가율의 빠른 상승이 향후 잠재적인 물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