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증권터치] ‘남유럽발 위기 세계 확산’ 지나친 우려 경계

입력 2010-05-16 18:12


남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유로존 재무장관이 모여 7500억 유로 규모의 대출 및 채무보증, 유럽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의 달러 스와프 체결 등을 체결한 후 연쇄적인 국가부도 우려는 해소되었다. 그러나 남유럽 재정위기가 서유럽 경제를 무너뜨려 세계경제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타당성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정부가 부채를 장기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며 궁극적으로 원리금 탕감과 같은 채무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는 그리스 경제가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경기침체가 불가피하고 궁극적으로 부채 상환능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까지 그리스에 1100억 유로 규모의 자금지원이 확정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우려는 너무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당장은 분기별로 점검할 수 있는 그리스 정부의 긴축 프로그램 준수 여부가 관건이다.

둘째,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처럼 그리스 재정위기가 유로존 회원국으로 전이되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경제의 수출 가운데 역내교역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경기침체가 확산되면 서유럽 경제가 위축될 수 있고, 이는 유럽과의 교역비중이 20%가 넘는 중국 경제의 위축을 통해 아시아, 미국 등의 경기침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요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서유럽 경제의 침체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과 중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유로화 약세로 오히려 서유럽 경제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개연성이 부족하다.

2010년 들어 속출된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의 고성장과 미국 경제의 자생적 회복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 서유럽 경제가 남유럽 타격에 굴복할지 G2 경제 회복의 수혜를 받을지 불확실하지만 단기적인 불안감이 가시면 미국과 중국 경제가 세계경제 향방에 다시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