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국선언 엇갈린 판결 정리한 상급심

입력 2010-05-16 19:03

작년 시국선언을 주도한 충남과 대전 지역 전교조 간부들에 대한 두 건의 2심 재판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의 14일 판결은 8건의 같은 사안에 대해 재판부마다 판결이 달랐던 1심 재판의 혼란을 정리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교조 시국선언으로 기소된 8건을 놓고 1심 재판에서는 유죄 6 무죄 2로 판결이 갈려 사법부 신뢰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반 국민의 법상식에 부합하는 논지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나 사실상 사법부 판단의 물꼬를 만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재판부는 교원의 정치적 의사표시가 국민 전체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중요하다고 봤다. 또 시국선언문의 내용과 표현, 기획과 추진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넘어서 정치적 견해를 집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시국선언문은 ‘6월항쟁의 역사와 가치를 가르쳐야 할 우리 교사들은…’ ‘이제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같은 문구처럼 정치적 가치판단을 과격하고 단정적으로 표현해 ‘일반 국민으로서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넘어섰다.

교사 시국선언이 자주적 판단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을 잘못 인도할 수 있다는 점도 유죄 판결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 1심 재판부는 인터넷 정보와 논술교육으로 단련된 학생들이 교사들 시각을 무조건 수용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하급심의 혼란을 상급심에서 정리해 주는 것은 사법부가 채택한 삼심제의 순기능이다. 사법부는 최근 PD수첩 재판 등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들을 내려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 그 때문에 전례 없는 사법개혁 압력에 직면해 있다. 양형 표준화, 경력판사제 도입 등 개선책이 검토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급심을 통해 하급심의 미숙한 판결을 바로잡음으로써 선배 판사들이 후배 판사들에게 언외(言外)의 경책을 해야 한다. 대전지법 항소심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그런 점에서 귀감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