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다시 '재선거 vs 총회' 공방 가열
입력 2010-05-16 16:26
[미션라이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재선거 일정이 잡혔다. 이에 맞서는 총회 소집 공고도 나왔다. 지난달 각 연회(노회)가 열리는 동안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선(先) 재선거 측과 선 총회 측의 힘겨루기가 다시 가열되고 있다.
◇“8월 26일 재선거”=감독회장 재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4일 상임위원회를 연 뒤 재선거 일정을 전격 발표했다. 그 사흘 전 재선관위 전체회의에서 선거 관련 모든 사항을 상임위에 위임키로 결의한 뒤에 나온 신속한 행보다. 재선관위는 오는 18일 선거 공고를 하고, 다음달 17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은 뒤 8월 26일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몇 가지 선거관리 원칙을 공개했다. 우선 재투표 형식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재선거를 시행키로 해 2008년 9월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자들 외에 다른 목회자들에게도 출마 자격을 개방했다. 또 당선자 임기를 제28회 총회 감독회장의 잔여임기인 2012년 10월까지로 정했다. 재선관위는 특히 입후보자들의 피선거권을 심사할 때 범죄경력조회확인서를 제출받는 등 교리와 장정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사실상 김국도(임마누엘교회) 목사의 출마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구체적 재선거 일정이 나오자 출마를 계획 중인 후보 진영도 바빠졌다. 2008년 선거에 나왔었던 고수철 목사는 이날 참모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고 목사는 “일단 조속히 재선거를 하겠다는 것은 긍정적 결정”이라며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지난 선거에 출마했던 강흥복(상계광림교회) 목사도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만이 해법”=선 총회 진영은 재선관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재선관위 자체가 교단법에 없는 기구이고, 지난달 18일 회의 정족수가 안 된 상태에서 재선관위가 조직되는 등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국도 목사는 당시 “선관위 조직은 인정받을 수 없는 부정행위”라고 반발했었다.
따라서 선 총회 측은 재선거 일정에 개의치 않고 총회 성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전직감독협의회가 주축이 돼 ‘5월 27일 하늘중앙교회에서 제28회 총회를 소집한다’는 공고를 교계지에 실었다. 이들은 총회 대표 과반수인 806명의 서명, 국내 11개 연회 중 7곳의 총회 개최 건의안 결의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한 전직 감독은 “9월에 실시돼야 할 연회감독 선거가 무산되면 감리교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감독회장 선출만을 위한 재선관위로는 연회감독 선거를 치룰 수 없기 때문에 조속히 총회를 열어 각 위원회를 복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회 측 다른 목사는 “지난달 개최된 연회를 통해 총회만이 감리교를 살리는 길이라는 밑바닥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현직 감독들은 17일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만나 총회 개최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