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찬양대의 재발견-(1) 사랑의교회 호산나찬양대] 악보를 보던 눈, 성도 바라보며 소통
입력 2010-05-16 17:20
한국교회 찬양대는 기독교 음악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해 왔다. 지속적인 활동으로 많은 성가를 보급했고 음악적 수준을 높였지만 CCM, 워십 등이 발전하면서 일반 찬양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받아 왔다. 그러나 정통 교회음악을 추구하며 자신들의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좋은 모델로 삼을 만한 찬양대를 소개한다.
악보 안 보고 찬양하는 것을 ‘암보 찬양’이라 한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의 호산나찬양대는 교계 처음으로 암보 찬양을 시작했고, 이를 확산시켰다. 호산나찬양대는 사랑의교회 3부 예배 찬양대다.
지휘를 맡고 있는 김홍식(한서대 음악대 학과장) 교수는 “5년 전부터 암보 찬양을 시작했다. 알려지지 않은 암보 찬양 교회가 있을 수 있지만 대형 교회 중에는 호산나찬양대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인터넷이나 케이블 방송에서 호산나찬양대의 암보 찬양을 보고 “찬양대 앞에 악보를 보여주는 프롬프터가 있겠지”라고 오해하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호산나찬양대의 암보 찬양은 김 교수가 주도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을 받은 ‘모세’를 지휘했으며 부천시립합창단 전임 지휘자인 그는 오페라, 합창, 오케스트라까지 지휘하는 전문 지휘자다. “악보 안 보고 찬양하면 소리가 달라집니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 앞을 보고 하니까요. 회중과 마주보기 때문에 감동과 은혜를 더 잘 전달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웃으며 찬양할 수 있다는 거죠.”
암보 찬양은 찬양대원에게 더 많은 은혜를 줬다. 이전에는 찬양 곡목도 모르고 교회에 오는 대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악보를 외워야 하기 때문에 주중에도 개별적으로 노래 연습을 해야 했고, 그러면서 찬양을 깊이 묵상하게 됐다.
반응이 좋자 사랑의교회 다른 찬양대들도 잇따라 암보 찬양에 나섰다. 노인들로 구성된 포에버 1부 예배 찬양대는 1주일에 세 번씩 연습했다. 다른 교회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사랑의교회 음악담당 박희봉 목사는 “호산나찬양대의 암보 찬양이 교계에 큰 자극을 줬다”고 기억했다.
암보 찬양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자주 모이기는 힘든 상황. 그래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홈페이지에 소프라노 알토 등 파트별 mp3 파일을 올려놓으면 각자 다운받아 듣자는 것이다. 호산나찬양대는 평소 예배 전후 3시간씩 연습한다.
솔로보다 하모니를 중시하는 것도 호산나찬양대의 특징이다. 대원 130여명 가운데 성악 전공자가 30여명. 유명한 솔리스트 인성희 백석대 교수도 있지만 튀지 않는다.
김 교수는 “은혜와 소통에 집중한다. 무엇보다 영으로 드리는 찬양을 중시한다”며 “찬양대원 상당수가 교회 훈련 과정을 모두 마친 순장”이라고 소개했다.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났다. 탤런트 김자옥씨는 찬양대 초창기 멤버다. 김씨는 얼마 전 1차 암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계속 찬양대석에 섰다. 최근 최종 검사에서 암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