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문화교회 이끄는 성현경 목사 “한국교회 ‘공존공영 목회’ 준비해야”
입력 2010-05-16 17:22
“다문화교회에는 문화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차이가 교회를 분열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다문화 공존공영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미국 LA인근 파사데나장로교의 한인공동체를 맡고 있는 성현경 목사는 최근 방한해 “한국교계도 점차 심화되는 다문화사회의 목회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파사데나교회는 백인회중, 라틴어회중, 한인회중으로 이뤄진 성공적인 다문화교회로 꼽힌다. 130여년 된 이 교회는 한때 백인 성도가 500여명 가까이 됐다. 당시 이들은 멕시코인 2세, 스페니시, 한인, 일본인을 위해 다문화 사역을 펼쳤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백인 성도는 줄었고 다문화 성도가 늘어나자 갈등이 생겼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현재는 동등한 위치에서 하나의 당회를 구성했다. 성도는 백인 200여명, 라틴계 100여명, 한인 300여명이다.
미국 등 다민족사회에서 다문화교회는 당연시된다. 하지만 실제 다문화교회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 교회 건물 내 여러 문화권 성도들이 함께 신앙생활을 하지만 공간만 공유한다. 또 한 공동체가 우위에서 작은 공동체를 돕는 식이다. 각 문화권 성도들 수가 대등해지면 갈등으로 인해 독립하기 때문이다.
성 목사는 성공적인 다문화교회의 과정을 3단계로 설명했다. 1단계는 큰 공동체가 작은 공동체를 돕는 것이다. 2단계는 성도수가 대등, 또는 역전되면서 갈등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주류가 비주류가 되면 두려움이 생겨 타 문화를 배척하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3단계는 ‘조정 협력단계’로 교회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성 목사는 “한국사회도 다문화가 심화되면 다문화교회가 2단계의 갈등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본다”면서 “주류가 비주류가 될 때의 두려움을 서로 나누면 공존공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파사데나교회도 2단계에서 갈등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주도권 변화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목회의 비전을 갖게 됐습니다.”
성 목사는 “언젠가는 귀화한 동남아인들이 한국인 목회자와 대등한 동역자의 위치에서 목회할 날이 올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다문화교회 시대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