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암 유전자 검사

입력 2010-05-16 17:33


가정주부 이모(33)씨는 20대 중반부터 2∼3년에 한 번씩 꾸준히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렸고, 위암과 췌장암에 걸린 가족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유방초음파나 유방 촬영 검사 등을 받았지만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암 유전자 검사를 받아본 결과 뜻밖에도 유방암 위험 표지물질로 알려진 ‘BRCA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는 그 역시 어머니와 같이 암에 걸릴 위험도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현대의학은 상당수의 암이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보고 암 유전 상담을 통해 유전성 암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유방암, 대장·직장암, 갑상선암을 포함한 내분비종양증후군, 유전성 위암, 폰 히펠린다우 증후군, 리 프라우메니 증후군, 신경섬유종, 망막아세포종, 퓨츠예거 증후군, 췌장암 중 일부가 BRCA1 등과 같은 특정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기는 것으로 거듭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현재 대표적인 유전성 암으로 지목되는 것은 유방암과 대장암이다. 유방암의 경우 특히 전체 환자의 5∼10%가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 세계 의학계에는 이중 반수 가량이 BRCA1, BRCA2 라는 유전자의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보고가 많이 나오고 있다.

유전성 유방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사람들은 앞에 예로 든 이씨처럼 가족 중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발생했거나, 유방암 혹은 난소암이 생긴 사람이 두 명 이상 있을 때, 다발성 유방암 환자가 있거나, 남성 유방암 환자가 있을 경우다. 이밖에 유방암, 췌장암, 대장암 등이 한 가계 내에서 줄지어 발생한 경우에도 유전성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대장·직장암에서는 전체 환자의 5∼15%가 유전성을 띤다. 특히 ‘MLH1’이나 ‘MSH2’ 등의 유전자들이 돌연변이를 잘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가족 중 대장암이 두 명 이상에서 발생하고, 50세 이전에 대장암에 걸린 가족이 있는 경우, 혹은 가족 가운데 대장암과 자궁내막암이 동시에 발생한 사람들은 유전성 대장암을 경계해야 한다.

이들 유전성 암 발병 위험은 발암 유전자로 잘 알려진 지표물질을 유전자 분석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암에 걸린 가족이 있는 사람은 한 번쯤 암 유전클리닉을 방문, 가족력 조사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암 위험을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유전성 암에 걸릴 위험도는 몸속에 발암 유전자가 생겼는지 여부를 선별하는 방법으로 평가된다.

김종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