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서 버리던 유치·사랑니·충치… 부모님 임플란트 시술때 활용하세요

입력 2010-05-16 17:32


자녀나 형제 등 가족의 치아를 기증받아 임플란트 시술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종전에는 빼서 버려지던 사랑니나 충치, 유치, 그외 교정 목적 발치 치아를 부모 등의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재활용’하는 것. 최근 가족의 치아를 가공해 임플란트 시술시 필요한 잇몸뼈 이식재로 만드는 기술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된 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김영균 교수는 단국대 치대 김경욱 교수, 서울인치과의원 엄인웅 원장과 함께 개발한 가족간 치아 뼈이식 기술을 이용해 4명의 환자에게 임플란트 시술을 성공시켰다고 16일 밝혔다.

임플란트 시술 실패의 대부분은 잇몸뼈 치료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플란트가 자리잡는데는 잇몸뼈의 건강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잇몸뼈가 많이 소실됐을 땐 임플란트를 심어도 수술후 감염이 잘 되고 뼈와 잘 붙지 않게 된다. 건강한 젊은 사람은 임플란트 식립을 위해 발치를 해도 치아 주변의 골벽 상태가 매우 좋아 구태여 뼈 이식을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잇몸병, 치아 주변 감염 질환이 있거나 나이 많은 사람들은 발치후 주변 잇몸뼈가 파괴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골벽 상태도 매우 불량하다. 따라서 임플란트 시술 직전·후 손상됐거나 부족한 잇몸뼈에 뼈이식을 통해 외부에서 꼭 보충해 줘야 한다. 김영균 교수는 “임플란트 시술받는 환자들 대부분이 나이 많고 잇몸 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70∼80%는 뼈 이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잇몸뼈 치료를 위해 연간 200억원 가량의 골이식재(타인 기증 뼈, 동물뼈, 합성뼈)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골이식재 수입을 대체하기 위한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김영균 교수와 조선대 치대 김수관 교수 등은 2008년 자기 치아로 골이식재를 만들어 시술하는 방법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 1년여 만에 1만건 넘게 시행했다. 자신의 치아로 만든 것인 만큼 이식 후 주변 골조직과 잘 동화될 수 밖에 없다. 이 방법은 일본 대만 필리핀 등에도 수출돼 안전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뽑을 치아가 없는 노인들에게는 이 시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또 뺀 치아로 만든 골이식재가 필요량보다 적을 경우, 동물뼈나 합성뼈로 만든 이식재와 섞어 써야 하는 제한점이 있다.

가족간 치아 뼈이식은 이런 한계를 넘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방법이다. 가족의 치아를 골이식재로 이용하면 유전적 결합이 동일해 생착 확률이 그만큼 높고 전염 위험도 없다. 또 젊은 가족 구성원의 치아를 장년층 또는 노년층이 사용함으로써 가족간 유대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치아 기증 및 이식 방법은 간단하다. 병원에서 가족 중 하나가 충치 있는 치아나 사랑니를 뽑아 생리식염수에 보관한다. 이어 약 1주일간 특수 처리를 통해 오염 및 이물질을 제거하고 분쇄 및 처리 과정을 거치면 골형성 능력을 가진 가루나 덩어리 형태의 골이식재로 만들어진다. 2주뒤 환자의 잇몸에 임플란트를 심은 후 잇몸 주변 빈 공간에 이렇게 제작된 골이식재를 채워 넣는다. 2∼3개월 지나면 이식된 골이식재는 잇몸뼈와 합쳐져 진짜 뼈로 변하며 임플란트를 안전하게 고정시킨다.

한번 만들어진 골이식재는 장시간 실온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이유로 치아를 뽑게 됐을때 미리 골이식재로 만들어 두면, 나중에 가족 중 임플란트 시술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치아를 뼈 이식재로 처리하고 보관하는 비용은 15만원 정도 든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치과와 단국대, 조선대 치과대학, 서울인치과의원 등에서 가족 기증 치아 골이식재를 만들어 보관할 수 있는 치아은행이 개설돼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자신의 치아로 만든 골이식재를 보관하는 ‘한국 자가치아뼈은행’을 운영중인 단국대 치대 김경욱 교수는 “가족간 치아 뼈이식술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됐기 때문에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그 가치가 알려지면서 치아 기증 및 시술 건수가 점차 늘고 있다”면서 “향후 자가치아뼈은행의 기능을 가족치아은행 개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