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여야가 상대를 규정한 공격 프레임
입력 2010-05-14 18:40
“무능한 친노세력 심판” VS “오만한 MB정부 심판”
6·2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14일 완료되면서 여야의 ‘선거 프레임’도 명확해졌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집권 2년반 만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대해 ‘오만한 MB 정권 심판론’을 내걸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친(親)노무현 성향 후보가 9명이나 등장한 점을 부각시키며 ‘무능한 친노 세력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선대위 회의에서는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 등 친노 세력을 겨냥한 공세가 쏟아졌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비리, 무능으로 심판받은 친노 세력이 부활을 꿈꾸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경제 살릴 세력과 경제 망친 세력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전여옥 스마트유세단장은 “민주당은 간판을 친노당이나 임대전문정당으로 갈아 끼워도 될 것”이라고 했고, 정두언 스마트전략위원장은 “민주당은 도로열린우리당, 노무현당으로 전락했다”고 일갈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권의 친노 때리기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선대위 회의에서 “친노 벨트 대 현 정권으로 몰아가려는 정권과 보수 언론의 프레임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고, 의도적으로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광옥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번 선거는 ‘민주 대 반민주’ ‘독재 대 반독재’의 대결이라고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친노 대 반노’ ‘전 정권 대 현 정권’이라는 구호가 등장하면서 이번 선거가 보수 대 진보의 이념 대결 구도가 됐다고 분석했다. 남아있는 이슈 역시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 조사 발표(20일쯤)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23일) 등 유권자들의 이념 성향에 따라 반응이 갈릴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선거일까지 남은 19일 동안에 어느 진영이 자기편을 더 많이 투표장으로 불러내고, 비교적 중립지대층이 두터운 40대의 지지를 받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먼저 야당의 정권 심판론은 어느 선거 때나 항상 먹혔던 구호라는 게 전문가들이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이번에는 파괴력이 현 정권에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은 20∼30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기엔 약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거 정부와 달리 친인척 및 측근 게이트 등이 불거져 나온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명지대 김형준 정치학과 교수는 “일단 야당에 매우 불리한 프레임이 짜였다”며 “특히 과거 정권 대 현재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력이냐 과거 세력이냐로 갈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H코리아 지용근 대표도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친노 무능 세력 심판론 구호에 대해 너무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확실히 우리편 모이라는 메시지란 점에서 보수층을 더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 세력에 대한 반발이 50대 이상 장년층의 발길을 투표소로 끌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는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때 ‘무능한 노무현 심판’으로 재미를 본 한나라당이 서거 1주기를 앞두고 한번 더 심판론을 주장하는데 다소 무리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명박 집권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할 한나라당이 지난 정권 심판을 들고나왔는데, 유권자들을 움직이기엔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