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감정도 읽는 ‘섬마을 친구’… 전북 야미도 분교 김태환 교사

입력 2010-05-14 18:34


오늘 스승의 날, 참 가르침에 카네이션을…

전북 군산시 비응항에서 새만금방조제를 따라 차로 20여분 거리인 고군산군도의 시작점 야미도에 세 명의 아이들을 위한 분교가 있다.

하나뿐인 교실에는 1학년 1반, 4학년 1반이란 팻말이 함께 걸려 있다. 유일한 선생님인 김태환(38) 교사는 신시도초등학교 야미분교의 분교장이다. 분교에서 김 교사가 가르치는 아이는 3명. 지난해에는 지금 4학년인 김지성군밖에 없었지만 지난 3월 김군의 동생 지수와 친척 동생 성관이가 입학하면서 학교는 폐교를 면했다.

김 교사는 1999년 교직생활을 시작해 군산시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2008년 9월 이 분교에 자원했다. 30대 젊은 선생님이 야미도에 온 것은 처음이다. 그가 야미도에 올 때는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기 전이라 비포장길로 2시간 가까이 걸렸다.

김 교사는 섬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인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 전 화상 영어수업 점검 차 방문한 시 관계자는 아이들이 수업 중 화장실에 가도록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김 교사는 아이들도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인데 억눌러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분교에서 김 교사가 가장 역점을 둔 일은 방과후 학교 수업. 도시로의 나들이, 체험학습만으론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교육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그래서 인접 도시에서 보조강사들을 초빙했다. 아이들은 매주 두 번 1시간30분씩 미술, 피아노, 국악 수업을 받는다.

누구보다 방과후 학교를 반긴 건 학부모들이었다. 지수 엄마 서효경(35)씨는 “지수를 분교에 보내고도 4월 초까지 도시로 전학시킬까 많이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김 선생님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그런 생각을 안 한다”고 말했다.

성관이 엄마 김종만(40)씨도 “선생님이 애들 졸업할 때까지 야미도에 계셨으면 좋겠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 교사가 야미도에 온 지도 1년7개월. 부모들의 바람과 달리 교사들의 농촌·도서 지역 근무는 3년을 넘길 수 없다. 김 교사의 야미분교 근무도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아이들의 표정, 행동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며 이해하고 친구처럼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야미분교에 5월의 풋풋한 해풍이 불어온다.

군산=글·사진 홍해인 기자 hi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