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꼬리무는 ‘묻지마 난동’ 왜… 아동·부녀자 피해 많아, 빈부격차 불만 분풀이인 듯
입력 2010-05-14 18:14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으로 중국 대륙이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공격이 잇따라 사회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 당국은 긴급 경찰 배치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빈부격차와 정부에 대한 불만 등 종합적인 사회모순이 근본 원인이어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포에 떨고 있는 중국 대륙=“너무 혼란스럽다” “무서워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없다” “이웃 사람도 무섭다” 등. 최근 중국에서 잇따라 ‘묻지마’ 흉기 난동사건이 발생하자 인터넷 등에 올라온 반응이다.
특히 이들 사건 중 상당수가 초등학교나 유아원 등에서 일어나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2개월여 동안 이런 사건이 8건 발생했고, 이 중 6건이 초등학교나 유아원에서 일어났다. 범인들은 초등학교나 유아원에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와 교사 등 19명이 목숨을 잃었고 74명이 부상했다. 나머지 2건은 모두 농촌에서 발생, 10명이 사망했고 9명이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어린이와 부녀자들이다.
◇사회모순과 갈등이 원인=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개혁개방 30년을 거치면서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그만큼 사회모순과 갈등도 커졌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최근 강력사건의 근본 원인은 도시와 농촌 및 빈부격차, 정부에 대한 반항감 등이 작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것이 약자를 억압하고 살해하는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8건의 사건에 대한 범행 동기는 정신병력이 2건, 부부싸움이 2건, 이유 없음이 2건, 철거이주 불만과 연애실패가 각각 1건이다. 여기서 정신병력은 별다른 범행동기가 없어 공안당국이 밝혀낸 것이다. 따라서 아무런 이유가 없거나 정신병력이 있는 경우, 철거이주 불만 등은 사실상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볼 수 있다. 농촌에서 발생한 부부싸움에 의한 2건도 어려운 농촌생활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우량퉈 중국범죄학연구회 상무는 “이들 범죄자가 가진 공통점은 사회에 대한 극단적인 불만”이라며 “불만이 누적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반항능력이 없는 학생 등을 선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 문회보는 “살인범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어린이들에게 보복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개혁개방 이후 어떤 사람은 천국에 가고, 어떤 사람은 지옥에 있는데 어떻게 화목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부가 인민들의 어려움을 무시하고 짓밟아 인민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어 이런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감 느끼는 정부=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3일 “어린 희생자들과 그 부모에게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정부에서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인터뷰에서 최근 범죄에는 일종의 사회적 갈등이 내재돼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홍콩 봉황TV가 14일 보도했다. 원 총리는 “학교 안전을 강화하는 조치를 즉각 취하는 것과는 별도로 우리는 문제의 심층적인 원인을 파고들어 해결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모순, 분규해결, 저소득층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지도부가 추구하는 조화사회 실현과도 맞물려 있어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