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정국 다시 폭풍속으로… 軍 봉쇄작전 맞서 군용차 방화, 방콕은 전쟁터

입력 2010-05-14 22:20

태국 정국이 반정부 시위대 지도자의 피격 사건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강경파가 반정부 시위대(UDD·레드셔츠)를 장악하면서 극단적 대치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조기 총선과 현 집권세력 퇴진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저에는 기득권층에 대한 농촌 및 도시 빈민층의 반감이 깔려 있다.

◇“태국은 준전시 상태”=UDD는 14일 방콕 쇼핑 중심가인 라차프라송 거리 주변에서 군 보유 물대포와 차량을 탈취해 방화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또 폭죽을 쏘며 군경의 접근을 차단했다. 시위대 지도부는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13일 밤 발생한 유혈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회복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군경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탄을 발사했다. 특히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사하기도 했으나, 실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 당국은 자위권 차원에서 실탄을 발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라차프라송 거리 일대에 대해 단전·단수 조치와 함께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서비스 중단, 휴대전화 서비스 중단 등의 조치도 취했다. 주변에 위치한 기업체와 상가는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군경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TV 기자와 태국 카메라 기자 등 수십 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니탄 와타나야곤 정부 대변인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봉쇄작전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 강경파가 장악…확전일로=3월 14일부터 두 달 동안 계속되고 있는 UDD의 시위는 대법원이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2001년부터 5년간 총리를 지내면서 농민 및 저소득층 우위 정책을 펼쳤던 탁신 전 총리에 대한 향수가 작용한 것이다. 결국 이번 시위는 도시 빈민층과 농촌 지역을 대변해온 탁신 전 총리 세력과 도시 지배 엘리트 계층을 배경으로 한 현 집권세력 간 파워게임인 셈이다. 탁신 전 총리의 배후 조종설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이 뿌리 깊은 갈등에다 시위대 지도부의 분열 양상까지 겹쳐 태국 정국은 말 그대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여명으로 구성된 시위대 지도부 중 온건파 지도자인 비라 무시카퐁이 13일 사임하면서 이날 피격당한 카티야 사와스디폰 전 특전사령관 등 강경파가 시위대를 장악했다. 강경파는 11월 14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는 태국 정부의 타협안을 거부한 채 지난달 발생한 유혈 강경 진압에 대한 책임을 물어 ‘총리 사법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