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교사운동, 1대1 결연 헌신… 제자 위해 '희망 디딤돌' 놓는 참스승
입력 2010-05-14 20:59
“가희(가명)를 결연 학생으로 정한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 오래 되었고, 중학교 이전부터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기초학력이 떨어지지만 조금만 붙잡아주면 학업에 흥미를 가질 만한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1학기 내내 보충수업을 듣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희가 여름방학 때 보충수업을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권미득(덕소고) 교사는 가희가 꿈꿀 수 있게 ‘사랑의 디딤돌’을 마련해줬다.
“2008년 명희(가명)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보았습니다. 병원 관계자들을 통해 우연히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가정방문을 통해 명희 아버님이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는데, 2009년 초 명희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결국 아이를 두고 자살하셨습니다.” 김도진(가명·경기도 D중) 교사는 상처받은 명희를 위로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성경공부를 통해 아이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심어줬고, 매주 정기적으로 용돈도 건넸다.
크리스천 교사모임인 좋은교사운동(대표 정병오)이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발간한 ‘일대일 결연 수기집’에 실린 내용이다. 수기집에는 23명의 교사들이 지난해 제자와 1대1 결연해 그 제자가 다시 일어서 희망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글 속에는 제자를 향한 교사의 헌신적 사랑, 눈물의 기도가 그대로 묻어나 있다.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교사들은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위해 물질적 도움도 아끼지 않았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해 1대1 결연기금을 모았다. 정 대표는 “아이들의 가난에 응답하는 것이 이 세상의 모순을 치유하는 출발”이라며 “제자들을 돕기 위해 개인 호주머니를 터는 교사들을 좀 더 후원하기 위해 ‘일대일 결연기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일부 후원자의 후원금과 좋은교사운동의 경상비에서 일정 기금을 조성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자, 지난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아예 ‘성과급의 10%는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스승의 날이 교사가 대접을 받는 날이 아니라, 오히려 교사가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더 다가가 함께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는 좋은교사운동의 취지에 교사들이 적극 협력했다. 119명의 회원이 동참해 7200여만원의 1대1 결연기금을 조성했다. 가희와 명희가 교사들을 통해 매달 학원비, 급식비, 교재비, 방과후 학습비 등을 지원받은 것이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해 85명의 학생에게 월평균 10만원을 지원했고, 용산참사 유가족 자녀 10명에게도 장학금을 전달했다.
월간 ‘좋은교사’ 편집장 조은하(대구 복현중) 교사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이 있다 해도 우리 선생님들은 길 잃은 한 마리의 어린 제자를 찾기 위해 계속 나누고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올해도 제자들을 위해 성과급의 10%를 내어놓는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