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사랑으로

입력 2010-05-14 17:18

김상훈 목사와 윤정희 사모를 만나면서 그들이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 스님 못지않게 훌륭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목사 부부는 한국 기독교계가 사회를 향해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크리스천들이다. 요즘 세상은 교회를 향해 핏발선 눈으로 묻는다.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요. 당신들이 하는 일이란 어떤 것이오?”

김 목사 부부는 삶으로 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크리스천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지금 사랑으로 세상을 보듬고 있습니다.” 이 부부는 정상이 아닌 6명의 자녀들을 입양해 사랑으로 키우고 있다.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부부 모두 신장을 기증했다. 저 높은 곳이 아니라 언제나 낮고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다(본보 5월 14일자 보도).

어떻게 이들은 사랑의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어떤 내·외부적 환경보다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의 주체인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만나면서 이들은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누리고 있는 모든 것 가운데 ‘거저 받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자신들은 이 땅에서 주의 것을 맡아, 그분의 일을 행하는 청지기라는 사실을.

그래서 아이들을 6명이나 입양한 것도, 신장을 기증한 것도, 이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직 주의 뜻이 통과되는 통로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기에 다른 어떤 세상의 것들도 고려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들은 그야말로 순종의 삶을 살고 있다. 순종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자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그분의 음성을 듣지 않고 행하는 순종은 자기 노력일 뿐이다. 고통스런 일이다. 그러나 그분의 음성을 듣고 난 이후의 순종은 기쁨이요, 행복이다. 이들은 그 기쁨을 누리고 있다. 이 기쁨을 모르는 세상은 그저 이들이 바보 같아 안타깝다. 과연 누가 바보인가. 김 목사 가족 이야기가 담긴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좋은생각)를 읽은 소설가 서영은씨의 표현. “어쩜, 이런 감동적인 책이 있었네요”

주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며 사랑을 전하는 분들이 어찌 김 목사 부부뿐이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오직 주의 사랑에 감격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한국 교회의 힘이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