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질 후보자들과 저질 유권자들

입력 2010-05-14 17:14

선거와 공약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출마한 사람은 자신을 뽑아줘야 하는 이유를 공약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고, 현명한 유권자는 어떤 사람에게 표를 줘야 할지를 공약을 보고 결정한다. 그만큼 공약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그러다 보니 공약 남발에 따른 폐해도 크다. 일단 당선되기 위해 인기몰이 위주의 공약을 남발하고 때로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까지 제시해 유권자들을 현혹한다. 표를 모을 수 있는 아이템은 무조건 공약집에 담고 보는 분위기다. 공약대로 실현되면 전국 곳곳에 기업과 학교와 도로가 넘쳐날 것이다. 일각에서 구체적인 예산과 실천일정을 공약에 담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감시해야 할 유권자들이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것도 문제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선거를 민원 해결의 기회로 여기는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17개 시민단체가 ‘제주유권자연대’를 출범시킨 후 지사 후보들에게 이미 시작한 제주해군기지 사업의 재검토와 영리병원 추진 중단 등 무리한 사항들을 공약에 넣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울산 시민단체들은 언양∼울산 간 고속도로통행료 폐지를, 충북 등 일부 지역 여성단체는 여성 정무부지사 도입을 광역단체장 후보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가 자기 단체와 연관된 예산의 확대를 공약하라고 요구한다. 후보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낙선운동까지 벌일 태세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한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선거문화가 아직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후보자들은 무조건 당선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각종 단체들은 이참에 이득을 챙기기 위해 후보들을 압박하는 행태가 여전한 것이다. 그러니 선거 때문에 나라를 망친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어제로 6·2 지방선거 후보자등록이 끝나고 오늘부터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입에 발린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선거문화 선진화는 결국 유권자들이 현명한 투표권 행사로 이뤄나가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