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이 신학자들을 향해 던지는 신학교육 비판과 대안 - 기독교학회 주최

입력 2010-05-14 19:43


“한국 교회의 문제는 목회자의 문제다.” “목회 현장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신학자와 목회자는 보통 서로를 향해 이런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정장복)가 13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연 ‘신학자가 목회자에게 듣는다’세미나엔 신학자와 목회자 40여명이 참석했다. 목회자들은 신학 교육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과제, 대안들을 쏟아냈다. 목회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신학자들의 목회 현장 연수와 교수, 목사의 교차연수 의견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신학자들도 많았다.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정익(신촌성결교회) 목사는 “목회자가 목회를 일탈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신학을 경시하거나 신학 부재 때문”이라고 했고, 사회를 맡은 김지철(소망교회) 목사는 “한국 교회 위기의 책임은 신학보다는 목회 현장이 80% 이상”이라며 “목회자들이 쉽게 안주하고 변화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목회자들의 이런 비판과 대안, 자성에 대해 신학자들은 가만히 경청만 했다. 다만 정장복 한일장신대 총장이 ‘교회가 존재하기에 신학이 존재한다’는 한 신학자의 말로 목회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이다. 기독교학회는 조만간 신학자와 목회자의 대화 마당을 마련해 목회 현장을 향한 신학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로 했다. 목회자들의 발표문을 요약했다.

신학교·교회 협동 프로그램 진행을

최이우 목사(종교교회)= 기업과 대학은 산·학 협동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기업의 프로젝트를 받아 그게 생산성으로 연결되게 하는 것이다. 신학교와 교회가 산·학 협동 프로그램을 진행할 순 없을까. 개교회들이 목회연구소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신학교가 한국 교회를 위해 건강한 교회의 방향, 목회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 산·학 협동이 잘 안 되면 한국 교회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까지 한다.

신학생들에게 사명감을 불어넣자

조일래 목사(수정성결교회)= 신학생들에게 사명감을 불어넣어 달라. 직장에 취직할 때도 사명감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데 목회자는 그보다 더한 사명감을 갖는 게 당연하지 않나. 요즘 교회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문제는 개교회에 맞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임상실험을 거쳐 한국 교회에 맞게 고쳐 내놓는 작업을 신학교가 감당했으면 좋겠다.

신학생 국내외 현장실습 교육 절실

정재우 목사(평택성결교회)= 한국의 도시는 빨리 변해가고 있다. 평택도 이미지 콘셉트를 미리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춰 도시를 새로 꾸미는 작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도시에 대한 목회적 진단이나 대안은 부족한 실정이다. 신학교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현장실습 교육이 필요하다. 국내외 모델 교회를 직접 찾아가 배우고 자료도 만들고 연구를 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도시 교회뿐만 아니라 농촌 교회 등 그 지역의 형편에 맞는 다양한 목회적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응용보다는 신학기초를 튼튼히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보통 목회자들은 몇 년 신학교육 후 목회 현장에 나오고, 목사 안수를 받는다. 하지만 그 몇 년 가지고 신학의 기초를 닦는다는 것은 의문이다. 목회 현장을 제대로 배우기도 불가능하다. 응용적인 것보다는 제발 기초를 탄탄히 가르쳐 달라는 게 내가 신학교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다.

일방적 강의보다 학생 참여 유도를

이윤재 목사(분당한신교회)= 신학교에서 모든 걸 다 가르칠 수는 없다. 목회자적 품성과 신학 소양의 기본만 가르치고 나머지는 목회 현장에서 계속 배워야 한다. 이걸 위해 신학교에서는 일방적 강의보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워크숍 형태의 강의를 진행해야 한다. 교수들도 목회 현장에 내보내는 데만 관심을 갖지 말고 제자를 키운다는 스승의 사명을 회복해야 한다. 현장 목회자들을 활용할 방안을 신학교는 모색해야 한다. 조기 은퇴 후 남은 기간만큼 충분히 대우해 준다면 이들은 학교에서 신학생들을 얼마든지 제자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학자·목회자 만나는 노력 있어야

권오서 목사(춘천중앙교회)= 신학자와 목회자가 중간에서 만나는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 안식년을 교차해 가르치고 목회하는 것도 서로의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목회자에 필요한 건 영성과 성품

곽주환 목사(베다니교회)= 목회자에게 필요한 건 목회 노하우보다 영성과 성품이다. 이걸 위해서는 규칙적인 경건훈련이 신학교에서부터 강화돼야 한다. 이것이 습관화될 때 목회 현장과 신학 현장은 훨씬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성·비전 공유 없어 안타까워

김형준 목사(동안교회)= 요즘 부목사나 전도사 구하기가 어렵다. 대부분 개인적으로는 우수한데 교회에서 사역할 수 있는 공동체성이나 비전 공유가 전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신학교 1학년일 때 교수들과 학생이 소그룹을 만들어 신학이나 사회 이슈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면서 동역의식을 키워나갔다. 그런 공유나 동역의식이 오늘날 신학 교육에서 사라져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영성과 함께 인성교육도 병행을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교단 목회자 양성을 목적으로 한 M.Div 과정만큼이라도 목회 현장에 맞게 교육해야 한다. 한 대기업의 2년제 사내 대학의 경우는 임원들 만족도가 90%가 넘는다고 한다. 10년차, 20년차 목회자들이 더 연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신학교에서 만들어야 한다. 목회 현장은 영성 문제보다는 정직성이나 성실성, 도덕성, 겸손함이 더 필요하다. 신학교 교육에서 영성과 함께 이러한 인성을 가르치는 일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글·사진=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