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레드셔츠’ 지도자 카티야 피격

입력 2010-05-14 01:15

태국 반정부 시위 지도자가 13일 저녁 방콕 시내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긴급 후송됐다고 영자지 방콕포스트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피격된 인물은 태국의 전쟁 영웅 카티야 사와스디폴(59·사진) 전 특전사령관이다. 그는 시위대가 2개월째 점거 중인 방콕 시내 번화가 실롬 거리에서 이날 저녁 7시25분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머리에 한발의 총을 맞고 쓰러졌다. AP통신은 그가 저격수의 총에 맞은 것으로 보이며, 인근 후아치우 병원의 의료진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태국 정부는 반정부 시위대와의 조기 총선 협상이 이번주 결렬되자 이날 오후 군인과 장갑차 등을 방콕 시내에 배치했다. 병력은 시위 장소 주변도로를 봉쇄하고 전기와 수도를 차단하면서 시위대를 압박했다. 태국 정부가 시위대 해산에 들어가겠다고 천명한 직후 현장에서 몇 발의 총성과 4차례 이상의 폭발음이 들렸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저격 직전 인터뷰에서 카티야 사령관은 “사람들은 나를 믿고 여기서 시위하고 있다”며 “정부가 무력 진압하면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누구인가=‘붉은 사령관’이라는 뜻의 ‘세댕’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카티야 사령관은 라오스 캄보디아 아체 등에서 일련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다. 탁신 전 총리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나 정권교체와 함께 방콕의 에어로빅댄스 강사로 좌천당하자 탈영, 반정부 지도자로 변신했다. 카티야는 방콕 시내에 대나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반정부 시위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왔다. 평화 협상에 반대하고 무력 공격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과격파다. 태국 정부는 그를 테러 혐의로 수배 중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