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확실·인플레 우려감에 골드러시… 서민들도 金펀드 기웃
입력 2010-05-13 18:42
올 초 여윳돈 1000만원을 금 관련 펀드에 투자한 김모(40)씨는 요즘 국제 금시세를 볼 때마다 흐뭇하다. 벌써 3개월간 수익률이 10%를 넘어섰다. 1년 뒤면 30%를 넘을 것이라는 계산도 해보고 있다. 김씨는 “연초 시장이 불안해서 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 밖 수익을 내고 있다. 앞으로 1년 정도는 금 펀드에 계속 돈을 묻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선택은 올바른 것일까. 금값은 거침없이 고공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달 들어 온스당 1200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돈 흐름에 민감한 부자들이 최근 들면서 금, 채권, 은행예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한 증권사 직원은 “최근 부자들은 안전자산을 기본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에는 단기 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며 “소액 투자자들도 금 관련 상품 문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주범’=13일 런던금시장연합회(LBMA)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지난 12일 온스당 1237.50달러까지 뛰었다. 평균 928.64달러에 거래됐던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3.3%나 오른 것이다.
금값 상승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리스 등 유럽국가의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금 가격은 지난달 1148.69달러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자 1200달러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 금값은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스태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의 선임 통화상품 전문가인 모니카 팬은 “금은 현재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시장에 푼 막대한 유동성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돈 가치가 폭락하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은 대표적인 도피처다.
◇몰리는 돈=금융정보제공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금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5.12%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0.26%)은 물론 해외 주식형펀드(-5.79%)를 압도하는 실적이다.
이 때문에 시중자금은 금 관련 금융상품에 기웃거리고 있다. 신한은행이 운용 중인 골드뱅킹 상품인 골드리슈 거래량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84㎏, 36억원에 이르렀다. 지난달 54㎏, 21억원보다 70% 이상 급증했다. 기업은행 골드뱅킹 실적도 지난해 말 294㎏, 120억8400만원에서 지난 6일 현재 305㎏, 127억9100만원으로 늘었다.
금 외에 채권시장에도 돈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것과 달리 채권시장으로 뭉칫돈을 집어넣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내 주식 2조9608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채권은 2조7538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금은 변동성이 큰 상품이라 주의해야 한다. 채현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리스크는 반복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단기적으로 금값 상승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해소되면 오름세가 둔화되거나 하락 반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