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9년새 2.7배 급증… 부모가 83%, 집에서 87%

입력 2010-05-13 21:30


정신지체2급 장애아인 이모(8)군의 몸은 늘 상처투성이였다. 친어머니 김모(37)씨는 이군이 장애아라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폭언을 퍼붓고 수시로 매를 들었다. 보다 못한 이웃의 신고로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문가가 현장 조사를 벌였고, 이군은 어머니와 격리돼 복지시설에 보호됐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09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서 지난해 이군처럼 학대받은 아동은 5685명으로 2001년 2105명보다 2.7배가량 늘었다고 13일 밝혔다. 신고 건수는 2001년 4133건보다 2.3배 늘어난 9308건이었다.

아동 인구 1000명당 국내 피해아동 보호율은 0.55명으로 미국 10.6명(2007년), 일본 1.6명(2005년)보다 훨씬 낮아 발견되지 않은 학대피해 아동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부모가 4734건으로 83.3%를 차지했다. 친부와 친모가 각각 2867건(50.4%), 1605건(28.3%)으로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4472건(78.7%)에 이르렀다.

특히 다문화가정 아동의 경우 가해자의 93.4%가 부모였다. 아동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4955건·87.2%)이 가장 많았다. 가정에서는 학대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발견이 쉽지 않아 아동이 겪을 후유증이 치명적일 수 있다.

학대받는 아이들의 절반가량인 48.1%는 만 7∼12세의 초등학생이었다. 복지부는 초등학생 피해자가 많은 것은 학대 사실이 미취학 아동보다 쉽게 노출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복지부는 학대받는 아동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등학교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대 유형은 중복 사례를 포함해 방임(2939건·35.2%)이 가장 많았다. 방임 학대는 부모(90.1%)가 대부분이었다. 방임에 이어 정서학대(2847건·34.1%), 신체학대(2095건·25.1), 성학대(426건·5.1%) 순이었다.

학대 때문에 숨진 아동은 8명이었다. 1세 미만 4명, 4∼6세 2명, 7∼9세 1명, 10∼12세 1명으로 자기보호능력이 부족한 영·유아가 많았다.

또 581명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를 받고 3년이 지난 이후에도 학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학대는 방임(39.1%), 정서학대(32.2%), 신체학대(23.6%) 순으로 나타났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장화정 관장은 “학대자에 대한 상담 치료뿐 아니라 사법 절차를 통한 교정도 함께 이뤄지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