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여교수 임신·출산 부담 덜어준다
입력 2010-05-13 21:31
서울대 A교수(여)는 지난해 4월 출산을 앞두고 학교 측에 강의 시간 감면을 요청했다. 힘든 몸으로 맡은 강의 모두를 소화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학교 측의 답변은 A교수의 어깨를 늘어뜨렸다. 여교수가 출산하더라도 강의를 줄여줄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A교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1주일에 9시간인 책임 강의시간을 채우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여성 교수들이 출산을 전후로 책임 강의 시간을 모두 채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서울대는 물론 국내 대학 여성교수들은 승진이나 정년보장 심사 때문에 출산을 앞두고도 강의를 계속해야 했다.
서울대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교수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여성교수의 임신·출산 시 연구업적평가를 유예하는 교원임기 신축 운영제도(STC·Stopping Tenure Clock)를 오는 9월부터 시행한다고 13일 밝혔다. 국내 대학 중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서울대가 처음이다.
김명환 서울대 교무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서울대 여성교수가 임신 및 출산을 하면 본인 의사에 따라 최대 2년까지 계약을 연장하고 승진 및 정년보장 심사를 유예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 교원의 계약기간은 부교수 6년, 조교수 4년, 전임강사 2년이며 재계약을 한 차례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교수들은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교수 승진 전까지 임신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지 않곤 했다.
서울대는 STC를 여성교수가 영유아를 입양할 경우에도 적용키로 했다. 이 경우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출산 학기나 출산 전후 1학기의 책임 강의시간을 9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여줄 계획이다.
학교 측은 STC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양성평등센터’를 설치키로 했다. 서울대 여교수회장인 사회학과 정진성 교수는 “서울대 여교수는 2010년 현재 전체의 12.2%인 222명에 달하고 있다”며 “전 세계 유명 대학에서 시행 중인 STC의 도입은 큰 의미를 지니며 국내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