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품·소재 對日적자 갈수록 ‘눈덩이’
입력 2010-05-13 18:03
대일 무역적자가 또 급증세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대일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88억6000만 달러로 분기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의 59억8000만 달러보다 48.1%나 급증했다. 만성적인 대일 적자구조가 다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교역시장의 위축으로 수출이 줄면서 덩달아 주춤했던 대일 무역적자폭이 수출 회복세를 타고 급증일로다. 대일 무역적자는 2004년 244억 달러로 처음 200억 달러대를 돌파한 후 2008년엔 327억 달러로 피크에 이르렀고 2009년엔 277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 대일 적자규모는 최대치를 다시 갈아 치울 기세다.
부품·소재산업의 취약성이 원인이다. 올 들어 4월 20일까지의 총 대일 적자 110억8000만 달러 중 부품·소재 분야는 78억1000만 달러다. 대일 적자의 70%가 부품·소재 분야에서 빚어진 것이다. 완제품 수출이 늘어날수록 대일 부품·소재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부품·소재 가운데 대일 수입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100개 품목 244억 달러어치를 조사한 결과 순수 기술격차에 따른 수입 품목은 67개 123억 달러어치나 됐다. 수출입국 한국의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도요타자동차 대량 리콜 사태 이후 금융위기에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한국경제를 배워야 한다고 엄살을 부렸지만 대일 적자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경제는 자동차 조선 전기전자 IT 등 주로 조립산업을 앞세워 큰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조립 완제품의 핵심 부품을 채우는 데는 충분한 경쟁력을 쌓아오지 못한 것이다.
물론 소재·부품을 국내에서 전부 자체 생산해야 할 필요는 없다. 첨단기술을 단기간 내에 습득하기도 쉽지 않고 엄청난 개발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해가 갈수록 부품·소재의 대일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