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이 탐욕으로 타락하면 예술은 죽어”

입력 2010-05-13 17:36


‘미술시장의 봄여름가을겨울’ 펴낸 김순응 K옥션 대표

이달 초 뉴욕 크리스티 경매소에서 피카소의 1932년작 ‘나신, 관엽식물과 흉상’이 1억640만달러(약 1186억원)에 팔렸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품 ‘걷는 남자’의 1억430만달러를 뛰어 넘는 미술품 경매 사상 역대 최고가였다. 국내 경매 최고가는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박수근의 유화 ‘빨래터’가 기록한 45억2000만원이다.

미술시장은 희소성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고가는 시장이다. 미술품은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예술작품이면서 고부가가치를 지닌 투자자산이란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김순응(57) K옥션 대표가 펴낸 ‘미술시장의 봄여름가을겨울’(아트북스)은 국내외 미술시장의 최근 몇 년 간 흐름을 복기하면서 미술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투자 조언을 담은 책이다.

김 대표는 경제·경영학을 전공하고 시중 은행에서 23년간 근무하면서 취미로 미술품 수집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2001년 미술품 경매회사 대표로 초빙되면서 본격적으로 미술판에 뛰어들었다.

책에는 미술시장을 최일선에서 지켜 본 그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국내외 경매시장의 동향과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큰손, 미술품의 진위 논쟁, 판매가 기록 경신, 약탈 문화재 문제 등 미술시장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생생한 사례들과 함께 펼쳐진다.

“미술시장은 사계절에 비유할 수 있어요. 부동산이나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회복, 호황, 하강, 침체’의 사이클을 그리죠. 최근 3∼4년 사이 우리는 그 사이클을 모두 겪었습니다.”

그는 “우리 미술시장은 2006년부터 불붙기 시작해 2007년에는 그림값이 10∼20배로 폭등하면서 거품이 잔뜩 끼었었다”며 “2008년에 거품이 꺼지고 침체가 한동안 이어졌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시장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투자 대상으로 생각해 그림을 사려면 우선 그림이 갖고 있는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세기 들어 개인, 기관, 펀드들이 앞다퉈 미술품을 투자상품으로 취급하면서 미술품 시장도 다른 시장처럼 사이클이 굉장히 빨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그림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투자하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돈만 보고 무조건 덤벼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묻지마 투자로 거품을 초래했던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메시지가 책에는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순기능은 예술가를 살리고 예술을 부흥시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타락하면 투기 바람을 몰고 오고 탐욕이 판을 치며 끝내는 예술을 죽이고 인간의 삶까지 피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