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바보 엄마, 바보 아빠’… 자녀 6명 모두 입양해 양육 생면부지 남에게 신장 기증
입력 2010-05-13 17:40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윤정희 지음/좋은생각
한 인간이 타인을 위해 줄 수 있는 사랑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사랑의 한계는?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좋은생각)를 읽으면서 한없이 주는 사랑을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추상명사가 책 속에서는 동사가 되어 불끈불끈 약동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웠다. 똑같은 인간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의 차이가 어찌 이다지도 크단 말인가. 책은 6명의 자녀 모두를 입양하고,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남편과 아내가 각각 신장을 기증한 부부의 가족 이야기다. 대전에서 목회를 하는 김상훈 목사와 윤정희 사모, 6명의 자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훈훈한, 유쾌한, 가슴 뭉클한 사랑일기다. 주고, 또 주고서도 더 줄 것을 찾는 ‘바보 엄마’와 ‘바보 아빠’의 사랑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예수님이 오늘 이 땅에 다시 내려오셨다면 아마 이들 부부와 같은 사랑을 보여주셨으리라.
부부는 결혼한 뒤 한참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자 2000년에 두 아이를 입양했다. 교회 개척 이후 힘든 시절에 셋째 딸 하민이를 입양했다. 구순열과 구개열로 말을 잘 못하는 장애아였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 아이가 주님이 주신 우리 아이”라며 데려왔다. 다섯째 아들 사랑이는 베트남계 혼혈아다. 입양 당시 정서가 극도로 불안했다. 입양기관에서는 “이 아이를 돌볼 사람은 목사님 부부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두말하지 않고 입양을 결정했다. 2008년 성탄절 직전에도 입양기관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해왔다. 여섯째 아들 햇살이가 생겼다.
두 부부에게는 지금 콩팥이 한 개밖에 없다. 둘째 하선이가 심하게 아팠을 때 윤 사모는 하나님께 서원했다. “이 아이를 고쳐주시면 제 신장을 기증하겠습니다.” 하선이는 깨끗하게 치유됐다. 2007년 윤 사모는 서원대로 아무 조건 없이 신장병 환자에게 콩팥을 기증했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콩팥을 빼내기 위해 갈비뼈 하나를 제거해야만 했다.
김 목사는 2009년 신장을 기증했다. 기증을 결심하자 주위에서는 모두 만류했다. 목회자들은 “김 목사, 몸이 약하면 목회도 못해”라고 말했다. 그때, 김 목사가 대답했다. “약해져야지요. 더 약해져야지요.”
그렇다. 우리 모두는 ‘약할 때 강함 주시는’ 주님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약해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 거친 세상에서 강해야 산다는 뿌리 깊은 신념이 있다. 김 목사 부부는 비밀을 아는 사람이다. 한없이 약해지고 다 내려놓는 바로 그때, 주님이 일하신다는 그 영적 비밀을.
여섯 아이들은 자신들이 입양아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조금도 주눅 들어 하지 않는다. 부모의 절절한 사랑 안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다. 첫째 하은이는 스스로를 ‘행복한 입양아’라고 부른다.
두 부부의 사랑은 가족에 한정되지 않았다. 그 사랑은 이웃으로 퍼져가고 있다. 김 목사 부부는 철저히 지역을 섬기는 목회를 펼치고 있다. 윤 사모는 공부방을 열어 저소득층 자녀들을 돌보고 있다.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부부가 가는 곳마다 사랑 꽃이 피고 있다.
최근 김 목사 부부는 주님의 시선이 머무는 더 작은 곳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사역을 모두 내려놓고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깊은 시골로 떠날 결심을 했다. 김 목사는 목회하기 전 연봉 1억이 넘는 직장인이었다. 화려한 삶을 살았다. 그 삶을 포기하고 목회자가 될 때에 주위에서는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했다. 아이들, 그것도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여섯 명이나 입양할 때에도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라고 했다. 신장을 기증할 때에도 바보란 소리를 들었다. 이제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려 하자 사람들은 혀를 찬다. 도대체 이 부부의 사랑행전은 어디까지 기록될 것인가.
세상적으로 이 부부는 바보처럼 보인다. 그렇다. 계산할 줄 모르는 바보가 맞다. 그러나 이들은 ‘그리스도를 위한 바보’다. 오늘 사랑에 굶주렸는가. 성취 가운데에서도 무언가 공허한가. 책을 펴보시라. 그리고 이들 ‘바보 가족’들의 표정을 주도면밀하게 살펴보라. 거기에 답이 있다. 기꺼이 그리스도를 위한 바보가 되기를 작정한 사람들의 역설적 행복이 얼굴 가득 담겨 있다. 부부는 말한다. “사랑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에요.”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