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쫓기는 아빠, 나와 놀 날은 언제일까
입력 2010-05-13 18:03
‘우리 아빠를 돌려줘!’ 박은교 글·순미 그림/파란정원
아홉 살 찬우는 아빠에게 불만이 많다.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좀처럼 놀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요일인데도 회사에 나갔다. 며칠 전 담임선생님이 ‘일요일에 아빠와 놀고 난 후의 느낌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 아빠에게 미리 알렸는데도 무시하고 출근해 버린 것이다.
아빠와 신나게 놀 꿈에 부풀었던 찬우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찬우는 변해버린 아빠가 야속하다. 작년에는 같이 여행도 가고 일요일에는 함께 지냈는데 과장으로 승진한 후에는 얼굴보기도 어려울 정도다. 아빠는 찬우가 일어나기 전에 출근했고 잠든 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잘 쉬지 않는다.
찬우는 진짜 아빠는 사라지고, 외계인이 가짜 아빠가 돼 자기와 엄마를 우주로 데려가 위해 집으로 온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에서 읽은 외계인의 특징들이 아빠에게서 겹쳐진다. 찬우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 내려간다. “우리 아빠는 외계인이 분명하다.…늘 밤늦게 집에 오고 새벽에 밖으로 나간다. 우리 가족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냥 성의 없는 말만하고, 약속도 잘 어긴다. 진짜 아빠는 어디로 간 걸까? 진짜 아빠가 보고 싶다.”
그러던 어느날 찬우는 ‘외계인으로부터 아빠를 구하는 아들의 모임’이란 곳으로부터 메일을 받는다. 일주일에 하나씩 한 달 안에 4가지 임무를 성공하면 외계로 납치된 진짜 아빠를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찬우는 겁 많고 소극적인 아이였지만 아빠를 찾고 싶은 마음에 하나하나 임무를 실천에 옮긴다. 찬우는 진짜 아빠를 찾게 되는 걸까?
아빠와 놀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과 일에 쫓겨 그러지 못하는 아빠의 안타까운 심정이 잘 담긴 동화책이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아빠는 아이의 마음을, 아이는 아빠의 마음을 느끼고 이해하게 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정말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것은 가족 간의 사랑이란 걸 알려준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