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하얼빈시 중국인교회 목회 현장을 가다, 1만명 교회만 4곳… 예배엔 열정 가득

입력 2010-05-13 17:17


중국에는 기독교 탄압이 심하다, 중국의 삼자교회는 정부 지시에 따르는 어용이다, 중국의 기독교인은 주로 장노년층이며 경제적 사회적 하층민이다. 중국교회와 성도들에 대한 많은 이들의 인식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의 상황은 그와 판이했다. 현지 목회자와 성도들의 말과 행동도 충분히 이를 뒷받침했다.

뜨겁고 진지한 예배

지난 9일 하얼빈시 다오리(道里)구 소재 할렐루야교회의 주일예배 광경은 진지하고도 열정적이었다. 예배당을 꽉 메운 4000여 교인들은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하고 말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1부 예배가 끝난 오전 10시쯤 교회당을 빠져나오는 교인들의 물결은 가히 장관이었다. 중국 한족들을 위한 이 교회 등록교인은 자그마치 1만명이 넘는단다. 이 외에도 하얼빈시에만 교인 1만명 이상의 교회가 벧엘교회 난장(南江)교회 다오와이(道外)교회 등이 있다는 전언이다.

이어 차로 이동해 참석한 임마누엘교회 2부 예배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족인 이미란 목사가 담임하는 이 교회는 1부 예배는 한족 중심으로, 2부는 조선족 중심으로, 3부는 청년예배로 드리고 있었다. 마침 이날은 어버이주일이었다. “부모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만큼 좋은 효도는 없다”는 이 목사의 말에 참석자들은 일제히 “아멘”으로 화답했다. 이어 “자녀들이 잘되게 하려면 모든 부모는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자 역시 “아멘”이 터져나왔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성령의 임재와 역사하심을 바라야 한다”는 말에는 여기저기서 “주여!” 하는 소리가 나왔다.

두 교회의 예배에서 ‘탄압’ ‘어용’ 등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이에 앞서 7일 하얼빈시내 씬양루(新陽路) 기독예배당에서 드려진 임마누엘교회 구역예배도 규모만 다를 뿐 분위기는 비슷했다. 특히 다오리구 구역예배에선 한국에서 방문한 이광우(구리 돌다리교회) 장로의 간증에 30여명 교인이 두 팔 들고 하나님을 찬양했다. 이 장로와 돌다리교회는 차량과 피아노를 기증하는 등 오래 전부터 임마누엘교회와 인연을 맺어왔다.

감람산 기도원의 기적

하얼빈 지역 교회와 성도들의 영성에 관한 집착은 10일 방문한 ‘감람산 기도원’에서 더욱 확실히 드러났다. 하얼빈에서 70여㎞ 떨어진 헝투산(橫頭山) 약 100만㎡(30여만평)에 예배당과 신학교 생활관 등 5동의 건물을 마련, 지난해 8월 문을 연 곳이다. 하얼빈시 교회와 목회자들의 연합체인 ‘하얼빈 양회’가 관리하고 있다. 이 목사의 남편이자 동역자인 위더즈(呂德志) 목사는 기도원 건립을 위해 모든 재산을 내놓았다.

기도원에서 만난 위 목사는 “이곳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복음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도 “영적 갈증을 느끼는 많은 중국인들을 위해 기도하던 중 이 기도원을 세우게 됐다”면서 “우리는 모든 과정을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감람산 기도원에는 하나님 손길의 흔적이 있었다. 부지를 구입하고 난 뒤 땅값이 몇 배로 뛰는가 하면, 절묘하게도 기도원 옆으로 고속도로가 닦이고 진출로까지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송신탑 설치를 위해 30만 위안을 요구하던 기관에서 오히려 땅 사용료 3만 위안을 내놓고 송신탑을 세우는 일까지 생겼다.

조선족과 한족 부부 목사의 이야기

이 목사와 위 목사는 난징신학교 학생으로 만나 주의 종으로서 평생을 동역하기로 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으로 들어와 장로회신학대에서 공부하기도 했던 이 목사는 “목회자의 길을 가면서 전능하신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을 끊임없이 느낀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중국교회에 대한 외부 인식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명을 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위법하지 않는 한 마음대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면서 “한국 목회자와 성도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중국인들은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위 목사도 “중국의 많은 지식인과 전문인들도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 자신 한족으로서 상당한 재력을 가진 이른바 명문 집안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이 목사와 위 목사 부부는 중국 13억 인구 가운데 1억여명이 기독교인이라는 설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했다. 이 목사는 “집계되지 않은 추정치일 뿐”이라며 “그러나 중국의 기독교 인구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중국 선교를 이끌기보다는 뒤에서 도와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어쨌든 하얼빈시를 통해 보여지는 중국교회의 미래는 지극히 밝고 희망적이었다.

하얼빈=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