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원 양형조사관 제도는 적법”

입력 2010-05-12 18:44

대법원이 양형조사관 제도를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적법성 여부를 두고 검찰과 법원이 첨예하게 대립한 이 제도에 관한 첫 판례다. 법원 직원인 양형조사관은 판사의 지시로 피고인과 피해자 등을 조사한다.

지난해 11월 대구지법은 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3년8개월을 선고했다. 양형조사관의 조사를 참고한 선고였다. 검찰은 “법 규정에 없는 양형조사관의 조사를 토대로 지나치게 가벼운 형이 선고됐다”며 항소했으나 2심을 맡은 대구고법은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상고심에서 “법원은 필요한 경우 양형 조건에 관한 사항을 수집·조사할 수 있다”며 “법원 소속 조사관에게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조사케 하고, 이를 참작해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법원조직법이 대법원과 각급 법원에 조사관을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법관의 명을 받은 조사관이 자료를 수집·조사하는 활동도 인정하고 있어 양형조사관의 활동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형법 51조는 형량을 결정할 때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형조사관 제도는 필요한 경우 이 같은 양형 조건을 법원 소속 양형조사관이 알아보도록 한 것으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검찰은 “양형조사관 제도는 법적 근거가 없고 검찰 수사권 침해”라고 반발해 왔다. 대검찰청은 “이번 판결은 해당 사건에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공식 의견을 냈다. 검찰 관계자는 “양형조사관의 법적 근거가 뚜렷하다면 법원이 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관련 규정을 따로 두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법무부 역시 양형 조사가 필요하다면 양형조사관이 아니라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관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양형 조사는 수사 활동이 아니고, 피해자가 거부하면 진술을 억지로 받지도 않기 때문에 인권침해 가능성도 없다”며 맞서고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