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목] “내 연극이 재미 없다고?”… 술자리서 관객 폭행한 연출가 입건
입력 2010-05-12 18:37
서울 혜화경찰서는 12일 연극이 재미없다고 말한 관객을 때린 연출가 송모(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송씨는 이날 오전 3시쯤 혜화동에 있는 한 주점에서 “무슨 연출을 그 따위로 하느냐”는 말에 화가 나 함께 술을 마시던 관객 이모(40·여)씨의 머리를 테이블에 내리친 혐의(상해)다.
경찰에 따르면 11일 송씨의 작품을 관람한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연극 스태프 A씨와 함께 술을 마셨다. “연출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A씨는 관객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연출가를 주점에 불렀다. 처음에는 화기애애하게 술자리가 시작됐지만 점차 이씨는 술에 취했다. “당신이 연출가야? 연극이 너무 재미없어.” 이씨는 욕설도 늘어놓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올해의 예술상’과 동아연극상 등을 수상한 송씨는 자존심이 상해 항변했다. “일전에 내가 연극상도 받았어.”
A씨가 술집에서 나가자고 눈치를 주자 송씨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이씨는 다시 송씨의 옷자락을 붙잡았고, 화가 난 송씨는 이씨의 머리를 두 차례 테이블에 내리쳤다. 송씨는 경찰 조사에서 “관객이 자존심을 자극해 화를 참지 못했지만 폭행한 것은 잘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씨는 이마 왼쪽 부분이 1㎝ 찢어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았다.
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