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광역단체장 후보 릴레이 인터뷰] ②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입력 2010-05-12 21:29
“이젠 개발보다 ‘복지’… 사람 냄새나는 서울 만들 것”
6·2 지방선거에서 첫 여성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12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표정은 재판이나 경선 때보다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그는 “중동의 두바이를 보더라도 규모를 키우는 대형 개발위주의 겉치레 행정이 한계에 왔다”며 “이제 서울 시정도 내가 사람중심도시로 표현한 것처럼,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을 중심에 놓는 행정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23일)가 다가오는데 소회는.
“지난 8일 추모 콘서트에 참석했다. 참 마음이 절절했다. 세상이 이렇게 거꾸로 가고 있으니까 더 생각이 난다. 또 ‘노무현 정신’이 이 시점에서 참 중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 남은 우리들의 몫이라는 책임감을 느꼈다.”
-이번 지방선거가 가지는 정치적 의미는 뭔가.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민주주의 인프라를 상당한 수준으로 올려놓았고, 노령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 같은 복지 기반도 만들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모든 게 너무 빠르게 후퇴했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나아진 게 없고, 서민들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 하는 기본적인 고민과 아픔에 직면해 있다. 말로는 서민정책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내용은 대형 개발 위주의 전시성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서울시도 그런 중앙정부와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에 대한 심판론과 견제론 두 가지 다 의미가 있다.”
-이번 선거의 핵심쟁점을 예상한다면.
“두바이 사례를 보더라도 대형 개발 위주의 행정, 즉 규모를 키우는 외형 위주의 행정이나 국정이 한계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행정의 초점을 시민들의 삶의 질로 되돌려야 한다.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을 중심에 놔야 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현 정부와 서울시는 너무 겉치레 행정에만 치중했다. 4대강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 국가재정 배분을 삽질하는데 몽땅 쏟아 붓고 있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복지예산이 줄어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의 핵심쟁점은 결국 서울시민의 삶을 어떻게 좋아지게 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시장 재직 4년에 대해 총평해 달라.
“겉치레 행정에만 몰두하며 방향을 잘못 잡았다. 오 후보는 스스로 ‘나는 서울시에 미쳤다’라는 표현도 썼던데, 문제는 무엇을 열심히 했느냐이다. 방향이 틀린 걸 열심히 했다면 그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오 후보는 사실상 재선을 바라보고 전시성 사업에 몰두했기에 많은 문제점을 낳은 것이다. 대표 사업이라는 광화문광장을 보면서 시민들은 여기에 왜 그렇게 많은 돈을 퍼붓는지 의아해한다.”
-당선되면 현재 서울시가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오세훈표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아니라 진짜 한강 살리기 사업을 할 것이다. 한강르네상스는 사치성 치장사업이다. 이런 사업을 어떻게 계속 이어나갈 수 있나. 수질 개선에 더 많은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 한강을 살리려면 지천부터 살려야 한다. 한강을 자연으로 돌려놓는 작업을 할 것이다. 신곡수중보를 철거하고, 강물에 곧추세운 일부 구간의 콘크리트벽도 제거할 것이다.”
-오 후보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는 점과 부족한 점을 꼽는다면.
“선거의 큰 프레임이 ‘개발’에서 ‘복지’로 옮겨졌다. 그런데 보육, 교육, 노인, 여성, 환경 등 이런 어젠다를 한명숙만큼 잘 아는 사람도 흔치 않다. 평생 이런 문제를 공부했고, 국회의원과 여성부 장관, 환경부 장관, 총리를 거치며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 부족한 점을 굳이 꼽자면 참모들이 오 후보 옆에 바짝 붙어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 키 차이가 많이 난다고.”(웃음)
-그동안 공직생활을 통해 이룬 성과를 소개한다면.
“여성부 장관 때 여성채용목표제를 도입해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기본 그루터기를 만들었다. 또 이른바 모성보호3법을 개정해 직장여성들이 출산 후 3개월 동안 휴가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환경부 장관 때는 업주 환경단체 자동차업계 등 관계자와 100번이 넘는 협상을 통해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을 만들어냈다.”
-여권에선 검찰 수사와 골프비 대납 등 도덕성 문제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재판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검찰을 불신하게 됐다. 저를 흠집내기 위한 기소였다.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국민들이 믿어주고 옆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기 때문에 그 힘으로 버텨냈다. 결국 100%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나라당에서 검찰 수사를 비열하게 활용하더라도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장희 강주화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