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의 대이동… 테헤란밸리→강북도심 비싼 임대료 부담·사세 확장 맞물려 ‘脫강남’ 가속화
입력 2010-05-12 21:21
12일 오전 서울 청계천 장통교 앞. 한화그룹과 SK텔레콤 본사를 사이에 두고 웅장한 규모의 고층빌딩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피스빌딩의 ‘타워팰리스’로 꼽히는 ‘센터원’ 빌딩으로 150m 높이에 32층 규모다. 센터원 건물 뒤로는 27층짜리 ‘페럼타워’ 신축 빌딩이 있다. 서울 대치동에 본사를 둔 동국제강이 8월쯤 새 둥지를 틀 건물이다.
서울 강북의 구도심이 오피스 전성시대를 준비 중이다. 강북의 노른자위인 중구를 중심으로 고층 오피스빌딩 공사가 줄을 잇고 있다.
반면 강남의 테헤란밸리로 몰렸던 기업들은 하나둘 자리를 털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강남·북간 자본 흐름과 유동인구에 일대 지각변동이 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구도심 뜨고, 테헤란밸리 지고=요즘 서울 강북 도심 곳곳은 ‘공사중’이라는 팻말을 붙여놔도 과언이 아니다. 청계천변을 끼고 있는 삼각동과 을지로 주변에서는 우뚝 솟은 타워크레인과 공사 가림막, 수시로 드나드는 공사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 오피스빌딩 공사 현장이다. 을지로 삼성화재 본사 뒤편에는 지상 25층짜리 빌딩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신문로에는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14층 규모의 LG그룹 신사옥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회현동과 충무로5가 등에도 각각 23층, 20층짜리 오피스 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반면 강남에서는 대기업들의 ‘탈(脫)강남’ 행렬이 가속화되고 있다. 역삼동 강남역 인근 대륭빌딩에 위치한 포스코건설은 지난 11일부터 사옥을 인천 송도 사옥으로 옮기는 대규모 이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옥 이전은 7월쯤 마칠 예정이지만 기존 사옥에 입주할 임대사업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도 대치동 테헤란로변에 있는 유니온스틸 빌딩을 비우고 8월 강을 건너 중구 수하동 신사옥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밖에 삼성동 테헤란로에 있는 글라스타워와 도곡동에 본사를 둔 삼성엔지니어링은 2012년 상일동 첨단 업무단지로 통합 이전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와 안철수연구소, 네오위즈 등도 판교테크노밸리 등으로 옮길 예정이다.
◇오피스 대이동, 왜?=다국적 부동산 기업 ERA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서울 강남권 10개 역세권의 오피스빌딩 389개동(연면적 500㎡ 이상)을 대상으로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 15%로 집계됐다. 한 달 전(12.1%)보다 무려 3% 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ERA코리아 장진택 이사는 “최근 들어 강남의 비싼 건물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들이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등지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옮기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빈 사무실은 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서울 강북이나 신규 도시로 본사를 옮기는 대기업들의 경우 사세를 확장하고 업무 효율화를 위한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강북 도심은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개발 여지가 있는데다 정부부처와 주요 기업 본사들이 몰려 있어 기업 활동에 ‘플러스’ 요인이 많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ERA코리아 장 이사는 그러나 “이미 서울 지역은 오피스 공급률이 수요보다 3∼4배나 많은 공급과잉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인구와 교통 흐름, 주택 수요 변동에 따른 면밀한 정부 대책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