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숙한 우리네 일상… 오뚝이처럼 일어서고, 슬픔 대신 희망을 품고

입력 2010-05-12 18:19


넘어질 듯 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움직이는 정국택(39)의 조각은 꿈과 현실, 서글픔과 행복의 경계를 오가며 오뚝이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원통형의 머리와 몸, 반구형의 관절과 엉덩이를 가진 인간들이 서류가방을 든 채 넥타이를 휘날리며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이 왠지 친숙하게 다가온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소재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다양한 포즈로 표현하는 작가는 서울 삼청동 아트파크에서 21일까지 여는 개인전에서 ‘피봇맨’(pivotman)이라는 제목으로 20여점을 선보인다. ‘피봇맨’은 물체의 중심, 회전 축이라는 뜻의 ‘피봇’(pivot)과 사람이라는 뜻의 ‘맨’(man)이 결합된 것으로 추의 무게중심 원리를 이용한 조각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피봇맨’은 또 스포츠 경기에서 중심이 되는 선수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작들은 예전 작품보다 운동감을 더욱 살렸다. 달려가거나 춤을 추는 인물, 시소를 타거나 승마 레이스를 벌이는 인물 등은 쓰러질 듯하지만 결코 넘어지지 않는 오뚝이 같은 받침대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다. 관람객이 만져보며 작품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다(02-733-8500).

백옥처럼 흰 대리석과 은처럼 환한 백동(白銅)을 이용해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를 조각하는 김명숙(58)의 작품은 섹시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엉덩이를 생략하거나 변형시킨 형태가 관람객을 호기심으로 이끈다. 국내외 전시에서 호평받고 있는 작가의 개인전이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린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여체 조각 25점이 나왔다. 도발적인 발랄함과 관능적 해학이 깃든 작품들이다. “오래 전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서 여체만큼 아름다운 게 어디 있느냐는 생각이 들어 이 작업에 매달렸죠. 여성의 몸에서 무한한 조형미를 이끌어내고 볼륨과 리듬감을 살린 작품으로 메시지를 창출하고 싶습니다.”

작가는 작품에 희망적인 것, 행복한 것, 즐거운 것을 담기 위해 노력한다. 고통과 슬픔, 질곡의 반영이 아니라 환희와 기쁨이 가득한 행복한 삶의 모습을 조각에 투영시킨다. 작품 제목도 ‘해피니스’ ‘판타스틱’ ‘하모니’ ‘휴식’ ‘즐거움’ 등 긍정적인 단어들로 지었다. 만지고 싶은 충동이 드는 작품으로 관람객이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다(02-734-045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