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맥못춘 데뷔전’… 외국인 매도세에 시초가 대비 4.6% 빠진 11만4000원 마감
입력 2010-05-12 18:16
거래대금 1조1012억9032만5000원, 주가 4.6% 하락한 11만4000원, 사가총액 순위 4위.
공모주 청약에서 숱한 화제를 뿌렸던 삼성생명이 상장 첫날인 12일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공모가 11만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매도 물량을 견뎌내지 못했다. 주가가 12만원을 웃돌자마자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팔자 주문이 쏟아져 나왔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는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주식을 사들였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12만∼13만원대까지 주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대장주의 등장=삼성생명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2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시총 순위로는 삼성전자(116조2000억원), 포스코(39조8000억원), 현대자동차(29조5000억원)에 이어 단숨에 4위로 올라섰다. 특히 신한금융지주(20조6000억원), KB금융지주(18조9000억원)를 제치고 금융 산업 주식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대장주로 등극했다. 은행 중심의 금융업에서 보험업이 또 다른 중심축으로 나섰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삼성생명은 시초가 대비 5500원(4.60%)이나 빠진 11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대비 3.6% 높은 가격이지만 매도 물량 부담이 컸다. 외국인은 삼성생명 주식을 4540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3207억원, 기관은 1149억원을 순매수했다.
주가는 외국인 집중포화에 맥을 못 추고 부진했지만 거래는 폭발적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신규 상장일 거래대금으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2위 대한생명(5822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거래량도 신규 상장일 기준으로 역대 5위다. 1위는 2007년 9월 상장한 STX팬오션(1억1308만7737주)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신영증권은 12개월 목표주가로 12만5000원, 현대증권은 단기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적정주가로 13만4000원을 제시했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럽발 재정위기로 다른 기업 주가는 그동안 많이 떨어졌는데 우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부를 차익 실현 차원에서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도 물량을 소화하고 나면 외국인의 매도세는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려한 실적 발표=삼성생명은 상장일에 맞춰 2009 회계연도(지난해 4월∼올해 3월) 실적을 공시했다. 당기 순이익은 전년(1130억원)보다 702% 늘어난 9061억에 이르렀다. 매출액은 25조69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8487억원으로 전년 동기(1278억원)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삼성생명은 4분기(2010년 1∼3월) 순이익이 2539억원으로 전년 동기 2294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경영 효율성과 계약 유지율을 높여 질적 성장을 하겠다”며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13회차 유지율(새로운 계약 가운데 1년 동안 유지된 계약의 비율)을 현재 83%에서 꿈의 수준이라고 불리는 9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13일부터 코스피 지수에 반영된다.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코스피 지수에 미칠 영향은 0.45%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거래량이 많고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고 있어 상당한 파급력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