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문일] 미국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입력 2010-05-12 18:03

2001년 5월 1일 위조된 도미니카 여권을 소지하고 일본에 입국하려던 북한 김정남 일행 4명이 나리타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심문 결과 김정남의 불법입국은 처음이 아니며 올 때마다 도쿄 요시와라의 소프랜드에서 몸을 풀고 아카사카의 클럽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걸린 것은 점찍어 둔 호스티스에게 보낸 이메일 때문이다. 당시 북한 IT사업 책임자이던 김정남은 이메일을 일상적으로 사용했는데 그의 이메일을 엿본 미국이 일본에 정보를 알려주었다.

전 세계에서 매일 천문학적 수량이 쏟아지는 이메일과 전화는 미국이 적도 상공에 띄운 국제통신위성에 의해 모조리 방수(傍受)되고 있다. 이는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주도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해 전 세계 모든 통신정보를 감시하는 에실론(Echelon) 시스템의 일부다. 그리스 스페인 독일 일본 등은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실론에 대해서는 극히 부분적인 정보만 알려져 있을 뿐 공식적으로 그 존재가 시인된 적은 없다.

1983년 소련 전투기가 사할린 상공에서 대한항공(KAL)기를 격추했을 때 홋카이도 최북단 왓카나이의 자위대 기지에서 전투기 조종사와 지상 간의 교신이 녹음됐다. 미국은 이 정보를 넘겨받아 소련이 KAL기 격추를 시인토록 하는 결정적 증거로 활용했다. 그러나 그 바람에 홋카이도에 소련을 향한 감청기지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위대가 에실론의 하청역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도 에실론 기지가 있으리라는 추론은 합리적이다. 평택의 험프리 캠프가 그곳으로, 인근 미군 제7비행단 내의 복합정보정찰지상센터와 함께 동북아의 눈과 귀 역할을 하기에 최적지라 할 만하다.

천안함 침몰 직후인 3월 29일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제3자가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11일 “한국 국민은 사건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되도록 완전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며 “한국은 물론 호주 노르웨이 등 다른 나라들과 국제협력을 거쳐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클린턴 국무장관이 20일 전후가 될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 참석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바다에서 건진 물증뿐 아니라 확실한 정보를 얻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 대통령은 4월 1일 “사고 직후 감청된 북한군 교신기록을 보면 특이동향이 없다”고 말했는데 문제는 정보의 질 아닐까.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