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권총 라이벌, 진종오-이대명… 4년째 한방 합숙 ‘9살 차이 형님-아우’
입력 2010-05-12 18:22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1·KT)와 이대명(22·한국체대)은 대표팀 합숙훈련 때 함께 방을 쓴다. 벌써 4년째 매년 200여 일을 같이 생활하고 있다. 12일 창원종합사격장에서 만난 진종오는 “아내보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더 많으니 아내보다 나를 더 잘 알 것”이라고 농담을 한다.
10살 가량이나 많은, 하늘같은 선배를 모시고 지내면 힘들지 않을까. 진종오 곁에 앉아있던 이대명이 “너무 잘해주셔서 힘든 건 없다. 오히려 내가 선배께 잘 못하고 있어 죄송하다”고 하자 진종오는 피식 웃으며 “짜∼식 못하고 있는 걸 알긴 아는구만”이라며 받아친다. 만담 듀오처럼 보일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는다.
한국 사격 최고의 스타는 진종오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각각 하나씩 따내며 한국 사격의 자존심을 보여준 그는 10m 공기권총과 남자 권총 50m 세계랭킹 1위다. 국제대회마다 우승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대명은 그의 라이벌로 부각되고 있는 ‘차세대 주자’다. 지난해 9월 경찰청장기 사격대회 남자 대학부 경기에서 50m 권총과 10m 공기권총에서 진종오의 한국 기록을 갈아치웠다. ‘방졸’이 가장 무서운 경쟁자가 된 셈이다.
진종오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랑 같이 지내는 게 도움이 된다”며 “더 열심히 하게 되니까 서로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맞지 않거나 부담스러웠다면 4년을 같이 지내면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겠냐는 얘기다.
이대명 역시 “세계 정상의 선수에게서 매일 지식과 경험 등을 보고 배울 수 있어 나는 그 누구보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대명은 진종오의 기록을 넘어선 한국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지만 아직 어린 선수다보니 기복이 심하고 국제무대 경험도 부족하다. 당장 12일 열린 2010 한화회장배 사격대회 남자 대학부 50m 권총에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기록은 합계 650.6점으로 부진했다.
반면 진종오는 흔들림없는 모습을 보이며 일반부 50m 권총 개인전에서 본선 571점, 결선 98.2점을 쏴 합계 669.2점이라는 좋은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본선과 결선 모두 자신이 세웠던 대회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2008년 1회 대회부터 3연패를 달성했다.
완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진종오의 룸메이트로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이대명을 4년 전부터 엮어준 뜻은 서로에게 자극과 도움이 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두 사람을 나란히 올림픽 시상대에 세우겠다는 복안인지도 모른다. 오는 7월 세계선수권대회와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그 전초전이다.
창원=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