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현동] 역외탈세 근절과 국가 경제
입력 2010-05-11 19:08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각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재정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온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단기간에 되돌리기가 쉽지 않고 세율을 급격히 인상하기도 어렵다. 결국 현실적 대안은 그간 과세 사각지대에 머무르던 숨겨진 세원을 과세권 내로 끌어들임으로써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역외탈세 파악과 과세는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도 거의 없고 조세정의에도 부합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역외에 소재한 자산 규모는 2조 달러에서 최대 11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외 은닉 자산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그간의 역외탈세 조사 경험, 우리의 경제 규모와 해외 진출 성향, 외환 자유화 정도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역외탈세는 주로 대재산가, 거래 설계자 등 폐쇄적인 연결고리에 의해 은밀하고 교묘히 실행되는 속성을 가지며 탈세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주로 은닉재산 소재 국가나 소득이 발생한 외국에 있기 때문에 추적 및 증거 확보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매우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역외 세원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는 납세자 스스로 역외소득 발생의 기초가 되는 역외자산을 신고토록 하는 것으로서 미국 프랑스 호주 등이 운영하고 있는 해외 금융계좌 신고 제도가 대표적이다. 불이행시에는 강력한 형사제재까지 부과함으로써 불법적 해외 재산 반출 및 역외탈세의 사전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역외세원 관리 체제를 구축한다고 할지라도 이는 반드시 다양한 세원 정보 활동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5개국 6개 지역의 공관에 세무 주재관이 상주하고 있으나 이들로서는 급증하는 해외 진출 기업과 교민의 세정 애로 해결, 서비스 수요에 부응하기에 충분치 않다. 우리의 투자와 교민이 밀집된 지역과 주요 역외 금융센터에 상주하며 세원 동향, 정보를 수집하는 국세청 정보요원 증파가 절실하다.
셋째, 납세자의 자발적인 신고나 협조가 없는 한 세원 분석이나 정보 활동에 의해 파악된 혐의들은 결국 상대국 과세기관의 도움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정보교환 등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며, 이에 우리 정부도 조세조약 체결 및 개정을 통한 과세 당국 간 공조 네트워크의 확장 및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건들이 구비되었다고 해도 실제 이런 업무를 수행할 유능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면 역외탈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즉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 외국어 능력 등을 두루 겸비한 글로벌 인재 양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 국세청이 최근 출범시킨 ‘국세행정 미래전략기획단’을 통해 미래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국제금융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국세청은 ‘숨은 세원 양성화’를 통한 공평과세 실현과 재정수입 확보라는 국세청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적극 활용해 역외탈세 근절에 큰 성과를 거둠으로써 국가경제의 튼튼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