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發 위기 한숨 돌렸지만… IMF “7500억유로 투입 모르핀 처방”

입력 2010-05-11 18:53

유럽연합(EU)이 7500억 유로의 거대 구제금융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EU 행보에 힘을 실어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에서조차 경고가 나왔다.

마렉 벨카 IMF 유럽대표는 10일 브뤼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을 다소 안정시키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닌 일종의 모르핀”이라고 진단했다.

ECB가 규정을 우회해 국채시장에 개입하기로 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허가받지 않은 수로에 들어섰다”고 표현했다. ECB 내부에서도 비판의 화살이 날아왔다. ECB 통화정책 멤버인 독일중앙은행(분데스방크)의 악셀 베버 총재는 “예외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감안하면 비판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번 결정이 정치적 외압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난을 반박했다. 그는 바젤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ECB 이사회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트리셰 총재는 재정위기를 겪는 일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에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는 “이제 중요한 것은 재정목표를 달성하려는 유로존 각국 정부의 의지”라면서 “재정적자 감축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은 정부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뉴욕 소재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칼 와인스버그는 10일 뉴욕타임스(NYT)에 “이미 빚더미에 올라 있는 나라에 많은 돈을 빌려주는 건 해결책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

재정위기를 겪는 유로존 국가는 재정 모범국인 발트해 소국 에스토니아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크리스천 켈리는 10일 블룸버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에스토니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9.6%로 유로권 평균치 84.7%보다 현격히 낮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기회로 경상적자를 크게 줄이고 인플레를 낮춘 것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