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정부 구성 협상 돌입… 英 정계개편 소용돌이로
입력 2010-05-11 22:01
총선을 치른 영국이 정계 개편으로 치닫고 있다. 이르면 12일 안으로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결론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뒤집기 시도하는 노동당=고든 브라운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자신의 사퇴를 전제로 자유민주당과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보수당에 제1당 자리는 빼앗겼지만 자민당과 손잡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속내다.
그는 “자민당 닉 클레그 당수가 방금 나에게 노동당과도 공식 논의를 원한다고 밝혀왔다”며 “노동당과 자민당의 연정으로 안정적인 정부가 구성될 때 나의 총리직도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당과 연정 협상을 벌이고 있는 자민당 클레그 당수는 “노동당과도 열린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보수 언론은 제1당을 제쳐둔 연정 논의를 ‘쿠데타’라고 비난했지만, 노동당과 자민당에도 명분은 있다. 노동당(258석)과 자민당(57석)의 의석을 합쳐도 보수당(306석)에는 못 미치지만, 득표율로 따지면 과반이다. 노동당은 29%, 자민당은 23%의 지지를 얻었다. 보수당은 36%였다. 자민당 노선도 노동당에 더 가깝다.
자민당을 지지한 젊은 유권자들은 인터넷 트위터에서 ‘클레그, 보수당과 손잡지 마세요(Don't Do It, Clegg)’라는 구호를 확산시키면서 보수당과의 연정에 반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민당 소속 의원들도 보수당과의 연정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브라운 총리의 뒤를 이을 인물이 누가 될지도 관심이다. 로이터통신은 노동당의 새로운 얼굴로 데이비드 밀리반드(44) 외교장관, 에드 볼스(43) 초중등교육장관, 해리엇 하먼(59) 하원 원내대표, 앨런 존슨(59) 내무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당 전당대회는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
◇재선거 불가피할 듯=자민당이 노동당과 보수당 어느 쪽을 선택하든 영국은 조만간 다시 총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3개 정당이 모두 선거법 개정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당 협상단의 윌리엄 헤이그 의원은 이날 “선호투표제(Alternative Voting system)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자민당에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할 때 1, 2, 3순위 식으로 선호도를 매기는 방식이다. 1순위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하위 후보의 2순위 표를 상위 득표자에게 나눠주는 과정을 반복해 당선자를 확정한다. 이번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한 지역구가 많은 자민당에 유리한 방식이다.
노동당 브라운 총리도 “지난 선거 결과는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와 정치 개혁을 원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자민당과 선거법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떤 내용으로든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3개 정당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
새 선거법이 제정되면 이에 따른 조기 총선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구성될 연정은 그때까지의 임시 정부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