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형사가 늙는다-(중) 젊은 형사가 사라지는 이유] 42%가 ‘수사경과제’ 불만족

입력 2010-05-11 18:42


“업무량 늘고 승진에 불리”

올해로 시행 5년째를 맞은 수사경과제가 일선 형사 사이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은 수사 전문인력 양성 차원에서 2005년 1월부터 형사, 지능, 과학수사, 여성청소년, 교통조사 등의 분야를 하나로 묶어 독립적인 인사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생하는 만큼 승진도 더 챙겨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일선의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경찰청이 2009년 전국의 수사경과자 가운데 99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신의 수사경과에 불만족을 표시한 사람은 42.3%에 달했다. 만족하다는 답변은 20.5%, 보통은 37.2%였다.

대다수의 불만족 이유는 과도한 업무량, 휴일 구분 없는 비정상적인 근무를 꼽았다.

특히 형사들 사이에서는 수사경과제 이후 승진이 더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강하다.

서울시내 경찰서 박모(41) 경사는 “승진 때문에 수사경과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정작 일반 분과보다 수사 분과의 정원이 적어 진급이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원 대비 승진비율을 비교해보면 수사경과와 일반경과가 비슷하다”며 “수사경과자는 경찰 전체의 20% 정도로 승진 정원 자체가 적어 불리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제도의 특성이 오히려 젊은 피의 수혈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경과제 도입 이후 수사 인력이 전문화된 것은 고무적이다. 경찰청의 수사부서 인력 현황에 따르면 5년 이상 수사경력자는 수사경과제 도입 전인 2004년 6646명(41%)에서 2009년 1만603명(57%)으로 증가했다.

엄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