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치안센터 옆 ‘티켓다방’…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단속피해
입력 2010-05-11 18:29
조선족 거주지역 서울 대림2동 13곳 밀집
서울 시내에서 한때 사라진 티켓다방이 조선족 거주지역인 대림2동에 13곳이나 밀집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티켓다방은 초등학교와 치안센터 인근에서 영업 중이지만 경찰 단속은 전혀 없었다. 이들 다방은 구청에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하고 길거리에서 호객 행위를 하지 않아 단속을 피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대동초등학교까지 반경 2㎞ 내에 밀집한 티켓다방들은 주로 상호명 옆에 ‘커피 호프’라고 쓰여 있다. 이 중 N티켓다방은 대림2동 치안센터 바로 옆에서 버젓이 영업 중이었다. 대동초등학교는 불과 20m 거리에 있었다.
10일 오후 9시10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조선족 남성 2명이 웃으며 N티켓다방에서 나왔다. “재밌으려고 여기 오지. 녹차나 한 잔 먹으려면 재미없어.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지. 들어가 봐.”
기자가 직접 다방에 들어가니 일부 소파를 제외하면 대부분 격실 구조로 돼 있었다. 창문에는 불투명 테이프를 붙여 다방 내부 모습이 바깥에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어와 중국어가 섞인 잡담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손님은 조선족과 한국 사람이 반반이었다.
조선족과 한족 여성 종업원 5명은 돌아가며 손님 자리에 앉았다. “차 한 잔 사 주세요.” 30대로 보이는 종업원들이 한 두 명씩 접근했다. 이들은 5∼10분 간격으로 자리에 앉았다 다른 테이블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한 여성이 옆 자리에 앉았다. “2차 나가면 용돈은 얼마 줄 거야?” 이들이 다녀가는 동안 불과 40여분 만에 찻값이 3만원 나갔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입에 올리지 않아 단속을 피하고 있었다. “2차는 연애하면 그때 나가는 거니까 노래방이나 영화관에 가요”라고 유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성매매 비용을 흥정하는 종업원도 있었다. 종업원 중에는 중국에 있는 자녀 사교육비를 위해 일한다는 주부도 있었다. S다방에서 일하는 B씨(36)는 중국에서 한화 50만원 상당의 영어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2006년 한국에 입국했다. 그의 남편은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 중국에 있는 중소기업에 근무 중이라고 했다.
“여기서 질 낮은 사람들이 반말할 때 기분이 나빠요. 그래도 한달 월급 160만원 중 110만원을 중국에 보내 아파트도 샀고요. 남편은 여기서 일하는 줄 몰라요.”
본보가 영등포구청에 확인한 결과 티켓다방 13곳 중 12곳은 일반음식점, 1곳은 휴게음식점으로 등록해 단속을 피했다. 주민 박모(59)씨는 “업소 여성들이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걸 학생들이 봐서 뭐가 좋겠느냐. 많은 주민들이 뭐하는 곳인지 아마 모를 것”이라고 한탄했다.
관할 경찰서는 티켓다방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대림지구대 한 경찰관은 “신고가 접수된 적도 없고 티켓다방이 있는지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인근 화곡지구대 한 경찰관은 “서울에 티켓다방 사라진 지가 언제인데, 부산 강서구에 있는 다방을 말하나요”라고 반문했다.
박유리 최승욱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