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로화, 기축통화 등극 어렵다”

입력 2010-05-11 18:43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로 유럽경제통화동맹(EMU) 체제가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유로화가 기축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신 중국 위안화가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11일 ‘유로화의 미래’ 보고서에서 “유로화가 지난 10년간의 ‘행복한 유년기’를 마감하고 많은 문제로 고민해야 하는 ‘혼돈의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EMU 체제가 ‘하나의 유럽’이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유럽 각국이 오랫동안 노력해 얻은 산물인 만큼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적자 문제가 유럽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으나 그동안 잠복해 있던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치유할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연합(EU)이 일단 구제금융으로 시간을 벌면서 유럽통화기금(EMF) 설립이나 공동 유로채권 발행, 재정규율의 엄격한 시행, 회원국의 채무 재조정 제도 도입, 통합감독기구 설립 등 EMU 체제의 보완에 나설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그리스 사태로 유로화 환율이 급락하고 유로화의 안정성이 낮아진 것은 물론 EU 역내 금융시스템이 불안에 빠지면서 유로화의 위상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해외조사실 박진호 차장은 “일반적으로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충분히 큰 실물경제, 발달된 금융시장,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높은 거래 비중, 통화가치 및 금융시스템의 안정 등이 거론된다”며 “이번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로화는 이러한 기축통화로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들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를 대신해 기축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아졌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더욱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