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전재정-고성장’ 두토끼 잡기 고심

입력 2010-05-11 18:42

앞으로 5년간의 나라살림 새판 짜기에 나선 기획재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경기가 풀리면 자연히 거둬들일 세금 수입은 늘어나고, 지출에서의 ‘선택과 집중’ 부담도 덜게 되지만 경기 방향을 확신할 수 없는 변동성 확대 국면을 맞고 있어서다. 오는 10월 내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되는 2010∼2014년 재정운용전략에도 이 같은 경기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길 전망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11일 “사실 뾰족한 복안은 없다”며 “아직은 (재정운용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단계로 세원 투명성을 제고하고, 성장을 높이는 것 외에 나머지는 인위적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 전망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지출을 지나치게 옥죄면 회복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반대로 느슨하게 운용할 경우 대외 충격에 의해 재정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걱정거리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세금 수입이다. 지난해 실적에 따른 올해 법인세 징수 규모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법인세 징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난해 말 결산법인의 자진신고 법인세액은 13조3823억원으로 전년보다 11.7%(1조7744억원)나 줄었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와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되면서 부가가치세와 증권거래세 등 간접세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다른 관계자는 “세수 감소는 경기 흐름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재정운용으로 세출과 세입의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흐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원 확대 방안으로 도입된 제도는 3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한 현금영수증 발행 의무화다.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로 꼽히던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원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이 제도는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금융거래 등 다양한 세원에 대한 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수와 마찬가지로 세출 구조조정에서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급격한 재정수지 조정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법적 구속력을 지닌 재정준칙 도입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경기 방향이 꺾일 경우 민간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돌변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재정부는 올해부터 경직성 예산 지출에서도 각 부처가 재원 확보 대책을 함께 검토하도록 하는 ‘페이고(Pay as you go·재원안 동시 제출)’ 원칙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급격한 긴축 대신 관리 개념을 강화한 것이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