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회장님 따라하면 돈 번다… 자사주 매입 절묘한 타이밍 ‘대박’

입력 2010-05-11 18:41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책임경영’의 모범을 보이겠다는 동기가 강했지만 결과적으로 주식 매수 타이밍이 절묘했다는 평가다. 주가가 바닥에 근접한 시기를 골라 주식을 매수, 시가평가액 증가율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의 두 배를 넘었다. 회장들을 믿고 투자한 일반투자자들도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사주 매입과 유상증자 등 2차례 주식에 투자해 원금을 제외하고 1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라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2008년 11월 18일. 5만원대 후반이었던 신한지주 주가가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반토막이 났을 때였다. 라 회장은 사비 8억원으로 2만5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위기극복의 자신감과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주가는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에는 금융지주사들의 건전성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면서 신한지주의 주가는 2만원대로 급락했다. 라 회장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라 회장 본인도 4억3700만원을 투자해 2만6052주를 추가 매입했다.

유상증자 카드는 성공을 거뒀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1.9%로 상승한 신한지주 주가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11일 현재 주가는 4만4200원으로 상승, 라 회장은 평균 82.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라 회장을 믿고 유상증자에 투자했던 일반투자자들도 두 배가 넘는 대박을 터뜨렸다. 주당 2500∼5000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모두 1500만주의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산 일반투자자들은 이날 현재 102.8∼129.0%의 수익을 거뒀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두 8차례 자사주를 매입, 평균 50%를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의 2.5배다.

이 회장의 자사주 매입 방식은 우량주에 대한 장기투자의 전형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저가 매수하고 주식 상승 시에도 분기별로 한번씩 꾸준히 보유 지분을 늘렸다. 이 회장이 투자 손실을 입은 것은 지난 3일 매입한 3000주가 유일하다. 그리스 재정위기로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최고 수익률은 247.3%. 3억3000만원인 투자금은 1년여 만에 5억원으로 불어났다.

지주사 임원들도 ‘회장님’의 송곳 같은 타이밍에 혀를 내둘렀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대표적이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2008년 9월 24일 각각 5000주와 4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당 취득 가격은 2만9680원.

그러나 김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신중하게 때를 기다렸다.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한 달 뒤인 10월 22∼28일 5000주를 평균 2만580원에 분할 매수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17일 주당 1만6850원에 10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이 결과 김 회장은 각각 56.9%와 9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그룹 임원들의 수익률은 고작 8.8%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인 11.6%보다 낮았다. 김 회장은 그룹 임원들보다 더 적은 돈을 들여 주식을 매입했으나 투자 수익은 8배 더 많았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