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사업 총지휘… 정의선 부회장 보폭 커진다

입력 2010-05-11 21:51

정의선(40)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국내외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주요 권역별 해외 법인장 회의를 주재키로 했다. 해외 법인장 회의는 해외사업을 총지휘하는 자리로, 정 부회장이 이 회의를 주재하기는 처음이다. 국내생산보다 해외생산이 더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움직임이다. 정 회장은 앞서 지난달 베이징모터쇼에서 중국 판매 전략을 직접 발표했다. 사실상 그룹 내 확실한 2인자로서 보폭 넓히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정 부회장이 12∼1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미국, 중국, 유럽, 인도 등 주요 권역 해외 법인장과 회의를 갖고 올해 판매전략 등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소집된 해외 법인장은 지난 주말 모두 귀국했다.

현대차는 매년 7·12월 전체 해외 법인장 회의에 앞서 5·10월 주요 권역별 해외 법인장 회의를 열어왔다. 당초 전체 해외 법인장 회의는 정몽구 회장이 주재하고, 주요 권역 해외 법인장 회의는 지난해까지 글로벌영업본부장인 양승석 사장이 주재했었다. 정 부회장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대변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처음 주재하는 것은 맞지만, 원래 이 회의가 글로벌영업을 맡은 최고 직급자가 진행하도록 돼있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영업 담당인 정 부회장이 주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현대차 글로벌영업 및 기획담당 부회장으로 부임했다.

정 부회장은 법인장들로부터 현지 시장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맞춤형 전략 등을 수립해 판매를 강화하는 공격경영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생산법인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만큼 올해 해외 판매 호조세를 감안, 생산대수를 늘리는 방안도 직접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중국, 미국, 유럽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0%, 20%, 50% 증가한 판매실적을 올리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또 6월 개막되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마케팅 확대에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그리스 등 남유럽 발 재정위기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3일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 열린 2010 베이징모터쇼에서 신형 중국형 베르나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공식연설을 통해 중국 판매 전략을 밝혔다.

그는 중국시장에서 현대차 전략에 대해 “다른 업체들을 의식하고 경쟁하기보다 우리 페이스로 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품질과 디자인을 고급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또 현대차 중국 제3공장 건설계획을 계속 검토 중이며, 중국에서 생산량만 맞춰주면 올해 목표 이상 실적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달 30일에는 부산에서 현장경영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부산지역본부 직원들을 만나 부산·경남지역 영업 현황을 듣고 이들을 격려했으며, 2010 부산국제모터쇼 행사장인 벡스코를 방문해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 모델을 꼼꼼히 살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