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소-중대형 평당 가격 역전 확산… 전세시장에서 매매로 옮겨

입력 2010-05-12 00:49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아파트 평당 가격이 중대형보다 비싼 ‘가격역전’ 현상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형이 대형보다 비싼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주택시장 분양 전략도 바뀌고 있다.

◇중소형 선호, 전세에서 매매로 확산=서울 지역 아파트의 전세가와 매매가는 중소형이 대형을 이미 앞질렀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서울 지역 중형(전용 85~102㎡)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는 742만원으로 대형(102㎡초과)의 699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는 “지난달 말 현재 서울 25개구 가운데 4곳, 경기도와 인천 지역 각각 2곳에서 중소형(60~85㎡) 아파트 매매가가 대형(85㎡ 초과)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11일 밝혔다.

3.3㎡당 매매가가 서울 동대문구의 경우 중소형은 1253만원으로 대형(1238만원)보다 15만원, 동작구는 중소형이 1555만원으로 대형(1543만원)보다 12만원 비쌌다. 경기도 의정부 지역은 중소형이 849만원으로 대형(845만원)을 앞질렀고, 인천은 남구와 동구에서 중소형이 각각 753만원, 692만원으로 대형(각 737만원, 674만원)보다 비쌌다.

심지어 소형(60㎡ 이하)이 중대형보다 비싼 지역도 등장했다. 서울 금천구는 소형 아파트의 매매가가 3.3㎡당 평균 1012만원으로 중대형(1002만원)을 앞질렀고, 경기도 과천시에서는 소형이 3101만원으로 중형(2767만원)과 대형(2721만원)을 제쳤다.

분양권 시장과 입주에 들어간 신규 아파트도 마찬가지. 오는 7월 입주 예정인 서울 은평뉴타운 3지구 101㎡형의 분양권 가격은 7억2000만~7억5000만원선으로 7억~7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134㎡형의 하한가보다 높게 형성됐다. ‘중대형 기피’ 현상은 건설업계의 분양 전략까지 바꿔놓고 있다.

쌍용건설은 이달 초 부산 금정구에서 중대형 위주로 분양하려던 ‘금정산 쌍용예가’의 평형별 공급 비율을 8대(중소형) 1(중대형)로 바꿨다. 그 결과 중소형은 100% 청약률을 기록했다. 벽산건설 등 다른 건설사들도 중소형 공급 비율을 높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실수요 중심 시장 재편 신호탄(?)=부동산 전문가들은 중소-대형 간 가격역전 현상을 주택시장의 한 ‘흐름’으로 읽고 있다. 주택매매 시장이 위축되면서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대출과 세금 부담이 커진 데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 여기에다 1~2인 가구나 3~4인의 소가족 형태가 늘면서 수요자들이 실속형 주택을 선호하는 데다 지역별 특성도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콘텐츠팀장은 “서울 지역에서 가격역전 현상을 보인 지역의 경우 젊은 직장인 수요가 몰리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주택 경기가 가라앉은 현 상황에서는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격 역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