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김찬삼 세계여행박물관

입력 2010-05-11 18:03

해외 배낭여행은 젊은 날의 로망이다. 배낭을 메고 세계 각지를 돌며 이국 풍물과 사람을 접하는 일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청춘의 자산이다. 이전 세대들엔 해외 배낭여행이 꿈에 불과했지만 요즘엔 경제적 풍요에 힘입어 해마다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온다. 유럽의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배낭여행객은 한국인이란 말도 있다.

50∼60대 중에도 해외 배낭여행에 용감하게 도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지인은 60대 후반임에도 매년 1차례씩은 반드시 부부가 함께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온다. 최근엔 60대 작가 서영은씨가 배낭을 메고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다녀온 영적 순례기를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산티아고 관련 책 중에 압권이라 할 만하다.

해외 배낭여행의 선구자라면 역시 고 김찬삼씨다. 대학교수였던 그는 ‘세계의 나그네’라 불릴 정도로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그는 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58년 첫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당시 일반 국민들은 해외는커녕 국내 여행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를 시작으로 김씨는 세 번의 세계일주와 20여회의 테마여행을 했다. 거리로 따지면 지구를 32바퀴 돈 셈. 해외에서 여행으로 보낸 시간만 14년에 이른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 여행 서적들을 다수 펴냈다. 직접 촬영한 사진집도 많다. 그의 책은 반도에 갇혀 있던 우리 국민에게 세계여행의 꿈을 심어주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책을 나침반 삼아 해외여행길을 떠났다.

그의 이런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인천 영종도에 ‘김찬삼 세계여행박물관’이 들어선다고 한다. 2013년 완공을 목표로 39억원을 들여 영종하늘도시내 약 606평의 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다. 박물관엔 고인의 의류와 배낭, 사진 기록물, 여권, 신분증, 세계지도, 기사 등 20여만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세계 여행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그이기에 박물관 건립은 사뭇 의미가 깊다. 인천시는 인천공항과 가까운 이곳을 ‘배낭여행객의 성지’로 만들 계획이라 한다. 새로운 관광 명소가 또 하나 생기는 셈이다. 잘만 하면 내국인뿐 아니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로도 만들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우리의 어린이들이 이 박물관을 통해 세상의 넓음을 깨닫고 글로벌한 꿈을 마음껏 꿀 수 있었으면 한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